삼성그룹의 플랜트 건설업체인 삼성엔지니어링이 7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을 달성할 정도로 실적 상승세가 가파르다. 중동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석유화학 플랜트 수주가 늘고 있는 데다 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안정적인 그룹 일감을 확보할 가능성도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익성 위주 수주로 턴어라운드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의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연결기준)은 318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496억원)보다 113.1%나 급증했다. 올 상반기에만 219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이미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2061억원)을 뛰어넘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삼성엔지니어링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4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고유가에 따른 플랜트 시장 호조 속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낸 2012년(7322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970년 설립(당시 코리아엔지니어링)된 국내 최초의 엔지니어링 전문 업체로, 국내 건설회사 중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 경험이 가장 풍부하다. 하지만 중동 플랜트 사업에서의 손실로 2013년(1조280억원)과 2015년(1조4543억원) 대규모 영업적자를 냈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삼성엔지니어링은 2016년 1조2652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턴어라운드(실적 개선)’는 2017년 말 ‘구원 투수’로 등장한 최성안 사장(사진)이 이끌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화공 플랜트 사업 전문가인 최 사장은 ‘내실 경영’을 추진했다. 수주 확대를 통해 외형(매출)을 키우기보다는 수익(이익)을 따지는 선별 수주를 강조했다. 또 단순 도급형 사업 대신 기본 설계부터 참여하는 사업을 수주해 수익성을 높였다. 1조원대 적자를 낸 2013년 10조원에 가깝던 매출이 지난해 5조원 수준으로 줄었지만 2000억원대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는 지난 2월엔 자사주 1만9200주(3억84만원)를 매입했다. 실적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 경영 의지를 사내외에 알리기 위해서다. 최 사장 매입 당시 1만5650원이었던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지난 8일 기준 1만9000원으로 20% 넘게 올랐다.
삼성디스플레이 투자도 ‘호재’
삼성엔지니어링은 연내 추가 수주 전망도 밝다. 알제리 정유공장(16억달러)과 사우디아라비아 우나이자 가스플랜트(12억달러), 아제르바이잔 석유플랜트(10억달러) 등 연말까지 낙찰자를 가리는 45억달러 규모의 해외 플랜트 공사 입찰에 참여했다. 알제리 정유공장 프로젝트는 이미 잠정 수주 통지서를 접수한 상태로 수주를 코앞에 두고 있다. 올 3분기 말 기준 삼성엔지니어링의 수주 잔액(남은 일감)은 11조2000억원으로, 2년치 이상(2018년 매출 기준)의 일감을 확보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의 설비 투자가 증가하는 점도 삼성엔지니어링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들 생산시설은 기밀 유지가 필요해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등 그룹 내 건설사들이 시공을 도맡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충남 아산 탕정공장에 13조원을 투자해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제조 라인을 건설키로 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