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김대종 교수, “국가부도 막기 위해 외환보유고 두배 증액 필요”

입력 2019-11-08 15:31
수정 2019-11-08 15:32


김대종 세종대(총장 배덕효)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8월 21일 강원도 하이원리조트에서 '한국외환보유고 8300억 달러 확대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한국의 단기외채비율이 34.7%로 2015년 2분기 이후로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8월 21일에 발표했다. 김대종 교수는 "단기외채는 국제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어 위험하다. 1997년 외환위기도 단기외채 비율이 올라가면서, 일본계 자금 유출을 시작으로 외국인들이 일시에 자금을 회수하면서 발생했다. 단기외채 비율 상승은 한국의 대외지급 능력이 약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 아르헨티나는 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다. 현재 외환 부족 국가는 터키,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파키스탄, 이란, 그리고 남아공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단기외채비율 상승, 미중 무역전쟁, 한일갈등과 한일과 한미 통화스와프 거부, 무역의존도 87% 그리고 신흥국 국가부도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되고 있다. 외환보유고를 두 배로 확대하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적정외환보유고에 대한 이론은 네가지가 있다. 첫째, IMF는 적정 외환보유액을 3개월치 경상지급액으로 권한다. 우리나라의 1개월 경상지급액은 약 500억 달러이므로, 3개월치는 1500억 달러이다. 둘째, IMF가 새로이 제안한 적정 외환보유고 금액은 약 4,540~6,810억 달러이다. 아르헨티나는 IMF 권고대로 외환보유고 652억 달러를 비축했지만, 현재 외환위기를 겪고 있다. IMF 권고액 이상으로 외환보유고를 비축해야 한다. 셋째 1999년 그린스펀(Greenspan)과 기도티(Guidotti)가 발표한 것으로 <3개월 경상지급액 + 유동외채(단기외채의 100%와 1년 앞에 만기가 돌아오는 장기채)>를 외환보유고로 제시했다. 현재 단기외채는 약 1,500억 달러이다. 장기채권 가운데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경우는 정확히 알 수 없기에 통상적으로 단기외채의 200%를 기준으로 한다. 유동외채는 3,000억 달러이다. 기도티 기준 적정외환보유고는 4,500억 달러다. 넷째, 2004년 국제결제은행(BI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의 권고사항이다. BIS는 <3개월 경상지급액 + 유동외채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1/3 +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700억 달러) + 현지금융잔액>을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주식 시가총액이 2018년 말 약 1,600조원이다. 이중 약 50%인 800조 원이 외국인 투자자금이다. BIS가 권고하는 적정외환보유고는 8,300억 달러이다"라며,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 4,031억 달러는 BIS 권고액보다 4300억 달러 부족하다. 한국이 외환보유고를 8,300억 달러까지 늘리더라도 GDP 비중으로 하면 51%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교수는 "우리나라는 높은 자본시장 개방성과 유동성으로 인해 외국인들이 쉽게 단기유출을 할 수 있다. 정부는 2010년 종료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다시 체결하고 다각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경제규모에 비하여 매우 부족하다. 현재 비축액은 한국 GDP 1.6조 달러의 약 24%에 그친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대만은 외환위기를 전혀 겪지 않았다. 그 이유는 대만은 GDP의 약 77%를 외환보유고로 비축했기 때문이다. 국가별 GDP대비 외환보유고 비중을 보면 스위스 117%, 홍콩 123%, 사우디아라비아 66%이다. 이들 국가는 한국보다 GDP가 작지만 외환보유고가 많다. 한국은 제조업 수출액이 세계 5위에 이르는 제조업 중심 국가이지만, 금융시장은 홍콩과 싱가포르 등에 비하여 매우 빈약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행은 외환보유고 세계 9위라고 말하지만, 우리나라 GDP의 50%도 안되는 스위스, 홍콩, 대만,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외환보유고가 한국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또 "2015년 일본은 한국이 요청한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을 거부했다. 국방과 마찬가지로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우리 스스로가 경제를 지킬 수 있도록 제1 방어막인 외환보유고를 비축해야 한다. 중국 위안화와 일본의 엔화는 국제결제에서 인정되는 기축통화(基軸通貨)이기에, 외환위기로부터 안전하다.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 (수출+수입)/GDP가 87%로 세계 최고 수준이기에, 외환보유고가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97년 IMF의 위기와 2008년 국제금융위기를 겪고도 정부는 아직까지 외환보유고를 충분히 비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 운용도 문제이다. 한국은행의 외화자산 구성을 보면 <국채 36%, 정부기관채 21%, 회사채 14%, 자산유동화채권(MBS) 13%, 주식 7.7%>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프레디맥과 패니메이'라는 미국 모기지회사 채권에 약 380억 달러(45조원)를 투자했다. 당시 위 회사의 주가는 –80%까지 폭락했다.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와 의회가 이 회사의 채권에 대해 보증 여부를 고민했다. 다행히 미국 정부가 보증은 했지만, 만약 의회의 반대로 보증이 거절되었다면 우리나라의 상당한 외환보유고가 손실을 볼 수 있었다. 한국은행이 0.2% 가산금리를 더 준다는 이유로 미국 모기지 회사에 투자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위험한 운용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투자 3대 원리는 안전성, 수익성, 환금성이다. 외환보유고는 너무나 소중하기에 모기지 채권은 매각하고, 국채와 달러 등 안전자산 위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청와대와 국회는 한국은행과 기재부에 BIS 권고대로 외환보유고를 8,300억 달러로 확대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도 다시 체결해야 한다. 다시는 온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는 IMF 외환위기를 겪지 않도록 완벽하게 대비하자"고 주장했다.

경규민 한경닷컴 기자 gyu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