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골드만삭스 "관세전쟁, 정점 지났다"

입력 2019-11-08 08:28
수정 2019-11-08 13:04

골드만삭스의 스펜서 힐 미국 선임 이코노미스트를 7일(현지시간) 만났습니다.

미한국상공회의소(KOCHAM)가 개최한 강연에서 그는 “오늘 주고 싶은 3가지 메시지가 있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①무역전쟁은 결국 관리 가능한 수준이 될 것이다 ②미국 경제의 침체 위험은 통상 믿는 것보다 적다 ③기준금리는 내년 말까지 동결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오는 13일로 시한이 다가오는 수입차 관세 부과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또 연기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내년 대선 전까지 1년안에 매듭을 짓기엔 너무 큰 사안이고, 중국과 달리 충분한 물량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유럽연합(EU)이 1대1로 보복관세를 매기면 내년 대선에서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힐 이코노미스트의 강연과 질의응답 내용을 요약합니다.


<미국 경제 침체 없을 것이다>

미국 경제는 2018년 초 두 분기동안 잠재성장률의 두 배 수준인 3% 중반대 성장을 했다. 감세와 산업 반등 효과가 컸다. 하지만 무역전쟁 확산의 영향으로 점점 낮아져 지금은 2%대 초반에 있다. 골드만삭스는 4분기 성장률은 2.1%로 보고 있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1.75% 수준으로 본다. 현재 2%대에서 안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성장이 이 정도라면 괜찮은 것이고 침체 위험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제조와 소비, 고용, 주택 등 주요 경기지표 37개를 종합해서 경제활동 지수(CAI)를 산출한다. 지표는 9월 1.2%에서 10월 1.4%로 반등했다. 낮긴 하지만 안정화되고 있다.

이 지수의 내용을 보면 실업률, 소매판매 등 하드데이터(실물경제 지표)보다 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 등 각종 설문조사와 심리지표 등 소프트데이터가 좀 더 안좋다. 소프트 데이터들이 좀 더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프트 데이터는 2018년에는 매우 좋았는데, 완전히 꺾어졌다. 조사지표에는 낙관과 비관이 섞여 있는데, 실제 성장률 변동을 과장할 수 있다. 하드 데이터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관세는 정점에 달했다>

관세는 그동안 급증해왔지만 이제 거의 정점에 달한 듯 하다. 오는 12월15일 발효 예정된 중국산 소비재에 대한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물론 상황은 유동적이다.
또 13일로 시한이 다가온 수입자동차에 대한 관세 25%도 부과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

왜 관세가 정점에 달하고 좀 더 낮아질 것으로 볼까.

그동안의 경기 침체때는 침체를 초래한 '서킷 브레이커'가 있었다. 2000년 기술주 버블, 2007년 주택 버블 등이다. 현재 관세 수준을 보면 이건 경기가 정말 의미있는 악화되는 것을 초래하는 수준에 왔다.

처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경기는 상당히 괜찮았다. 하지만 이제 성장이 느려지고, 관세가 경기와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면서 트럼프는 재선을 걱정하게 됐다.

관세는 특히 이제 소비재에 부과되고 있다. 그동안 중간재에 대한 관세는 유통 등이 떠앉았는데, 소비재 관세는 이건 소비자 물가 상승과 소비 타격 등을 부를 수 밖에 없다.

이건 명확하다. 관세가 가격 인상을 부른다. 국내 가격이 오르면 수입제품 가격도 따라서 오르게 된다.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그런 점에서 관세는 지금은 더 많이 긴장이 높아갈 것 같지는 않다. 9월에 부과된 관세가 철회되거나 12월 관세는 부과되지 않을 수 있으며 그리고 수입차도 대한 관세도 내년까지는 부과되지 않을 것 같다. 이건 긍정적인 전개다.

그동안 관세가 얼마나 미국 성장에 영향을 줬을까? 소비자와 기업 행동에 영향을 줬다. 이걸 골드만삭스가 추정했는데, 소비자 행동뿐 아니라 이는 금융시장 컨디션도 악화시켰다. 트럼프가 장중 갑자기 뿌리는 트윗을 생각해봐라. 그리고 기업의 행동에도 영향을 줬다. GDP가 0.6%포인트 정도 낮아진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이 정도는 경기 확장을 완전히 망칠 수준은 아니다. 만약 이 관세가 지금의 두세배가 된다면 악화는 또 다른 악화를 부르고 그건 경기 확장세를 탈선시킬 수 있다.

그래서 백악관이 지금 다른 행동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으로 달라진 건 미국 경제 때문이다.

<채권 수익률 곡선 역전되어도 침체는 오지 않는다>

금융환경은 올들어 상당폭 개선되고 있다. Fed가 올 상반기 동결하고 하반기부터 금리를 인하하면서 나아졌다.

그 영향이 경제에 실질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추정한다. 특히 주택 부분에서 저금리의 영향을 볼 수 있다. 지난 6개월간 주택 판매가 증가했으며 주택건설업자의 신규 착공과 심리에 반등세가 나타났다.

그동안 장단기 채권의 수익률 곡선 역전은 경기 침체를 부른 적이 많았다. 지난 두 번의 침체도 마찬가지다.그래서 올해 역전 현상이 발생했을 때 침체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몇가지 이유로 이런 가능성을 낮게본다.

가장 큰 이유는 10년물 금리가 너무 낮아진 것이다. 1970년대는 10년물 채권을 보유하려할 때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컸다. 그래서 기간 프리미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인플레 리스크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작아졌다. 그래서 장기물에 대한 기간프리미엄이 사라지면서 10년물 금리가 낮아진 것이다. 그래서 역전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골드만삭스는 새로운 침체 리스크를 추정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다른 모델은 주로 수익률 곡선을 중심으로 한다. 우리는 이걸 물가 금리 경제활동지수 등을 더해서 조정을 했다.
지난 2년간 침체 위험은 상당히 올라갔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 확률은 내년까지 20~25%에 그친다.

수익률 곡선에 대한 편견(바이어스)을 조정한다면 침체 위험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본다.

<뚜렷한 침체 요인은 없다>

그동안 미국의 역사적 침체의 원인을 조사해왔다. 그랬더니 5개 주요 원인이 나왔다. 제조업 불황, 오일 쇼크, 통화정책, 금융위기, 재정정책이다.

최근 2번의 침체는 금융에서 출발했다. 기술주 버블과 주택 버블이 2000년과 2007년 침체를 만들었다.

현재 이 다섯 가지 요인을 살펴보자.

①제조업 불황

제조업의 전체 GDP내 비중이 10% 이하로 감소했다. 1920~30년대 침체를 초래했을 때는 50%가 넘었다. 현재는 과거의 5분의 1 규모밖에 안된다. 그래서 제조업 불황이 전체 경기의 침체를 만들 것 같지는 않다.

②오일 쇼크

미국 경제는 오일쇼크에 매우 강해졌다. 지금 원유가격이 오르면 기업들의 에너지 관련 투자가 증가한다. 그래서 국제 유가 상승은 미국 경제에 중립적이 됐다.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셰일 업계는 이미 불황을 겪었다. 셰일오일이 계속 증산되고 있지만, 1~2년전 같이 과잉투자되고 있지않다. 가장 많았던 몇년 전의 3분의 1수준에 그친다.

③통화정책

1970~90년대에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컸다. 그래서 Fed는 인플레 위험이 높아지면 공격적으로 긴축을 했고, 그 결과 침체가 왔다.

지금은 인플레 기대가 훨씬 낮아졌고 실제 인플레도 낮다. 지난 20년간 인플레는 2% 수준에서 안정되어 있다. 그래서 Fed가 긴축을 심화시켜서 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은 낮다.

④금융위기

지금 소비자와 기업은 과거와 같이 금융시장에서 돈을 조달해 쓰고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은 벌어서 스스로 흑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소득 증가와 감세 덕분에 재무가 건전하다. 이 말은 그들의 현금흐름이 위기를 이겨낼 힘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금융사들은 스스로 돈을 벌어서 자본을 조달하고 있다. 캐시플로우가 쇼크에 대비할 만큼 충분하다.금융위기의 시초가 됐던 상업용 부동산 등은 과대평가돼 있지 않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2.4%나 3.0%로 올라갈 경우 과대평가되게 되지만, 현재는 이보다 낮은 상황이다.

다만 금리가 오르면서 버블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⑤재정정책

나쁜 소식이다. 재정 적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건 미국의 국가 부채 비율이 GDP 100%에서 그치진 않을 것이다(더 넘어갈 것이란 뜻). 적자가 심해지면서 경기 순환에 맞춰 재정정책을 펼칠 수 있는 폭을 제한하고 있다. 다음 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음 10년간 주의해서 봐야할 요인이다.

이를 종합해서 보면 침체는 그리 높지 않다.

<노동시장은 미국 경제의 근본적 힘이다>

실업률은 계속 낮게 유지되고 있다. 점점 더 타이트해지고 있다. 임금상승률은 올라가고 있지만 너무 높은 수준은 아니다.

미국 고용시장이 현 수준을 유지하는 분기점은 월 10만명 신규고용이다. 현재처럼 매월 15만~17만5000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한다면 실업률이 내년에 3.2%까지 떨어질 수 있다.

임금증가율이 3분기에 3.3%를 기록한 뒤 조금 더 높아지겠지만 4%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수준은 3~3.25% 수준으로 본다. 이건 점점 올라가고는 있다. 내년에 잘 봐야한다.

당신이 Fed라면 실업률이 더 이상 낮아지기는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럼 소프트랜딩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약간 더 올라가겠지만 1.7% 수준으로 Fed의 목표인 2%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왜 인플레가 이리 낮은가? 세계화,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 영향을 얘기한다.

Fed는 그동안 세번 보험성 인하를 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을 바꿀 수 있는 조건으로 'material reassessment'(실질적 변화)를 제시했는데. 이 의미는 바로 근접한 침체 위험을 말한다고 본다.

거기에 관세가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내년 대선 때까지는 금리를 동결하다가 내후년 초 즉, 2021년 1분기 인플레가 2.1%로 높아질 때부터 금리 인상을 다시 시작할 것으로 본다.

<질의 응답>


Q: 미국의 경기 사이클이 10년을 넘었다. 사이클 후반기인데 계속 갈 수 있을까

A: 경기 사이클은 오래됐지만 아직 죽지 않았다. 통상 금융 버블, 산업의 과잉공급 등이 시간이 흐르면서 경기가 악화되고 터진다.

하지만 지금 금융시장은 자산 값이 올랐지만 붐을 이룰 정도는 아니며, 산업에선 과잉공급은 없다.

지금 구조조적으로 침체를 예상할 게 없다.

호주는 25년간 침체가 없었다. 오래된 사이클이라고 다 침체로 끊나는 것은 아니다
소비가 지금 충분하다. 그럼 사업이 투자를 하게될 것이다.

아직 침체는 구체화되지 않았다.

Q:중국과의 무역전쟁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A: 추가적인 큰 폭의 관세 부과는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내년 대선 전까지 포괄적인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도 보지 않는다. 지식재산권 기술이전 등을 생각해봐라.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 부과를 통해 갈등을 더 이상 고조시키지는 않지만 목표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우리는 양국간의 소폭 합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갈등 자체는 아주 오래 갈 것으로 본다. 1950년대 유럽과의 관세 전쟁은 수십년 갔다.

몇 년 더 갈 것이다. 지식재산권 등 이슈의 폭을 보면 단기에 끝날 것은 아니다.

경제적, 금융시장에서 보면 새로운 관세가 더 이상 없다는 것만으로 긍정적, 낙관적일 필요가 있다.

Q: 향후 국제 유가에 대한 전망은

A: 중기적으로 기름 값은 50~60달러 선에 유지될 것이다.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서 오를 수 있지만, 현재의 공급과잉 구조를 보면 결국은 그 가격대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Q: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정책은?

A: 트럼프는 매우 강경한 외교정책을 갖고 있지만 잘보면 지상전은 피하고 있다.
이런 성향이 집권 2기에도 나타날 것이리고 본다.

트럼프는 재선되면 무역에서의 보호주의와 중국과의 또 다른 무역협상, 그리고 수입차 관세를 둘러싼 협상 등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Q: 내년까지 1년반 동안 수입차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원가

A: 두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시간의 문제다. 이 문제는 해결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기 때문에 내년 대선 전까지 해결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미 경제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이건 트럼프에게 정치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두번째는 중국과 달리 유럽은 미국의 관세에 대해 충분히 1대1로 보복할 수 있다. 미국으로부터 수입량이 많다. 협상 차원에서 보면 이건 중국과의 싸움처럼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