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고 전략통과 아이온큐 창업자가 만났다…"양자컴, 반도체·바이오 산업 등서 해결책 제시"

입력 2019-11-07 17:38
수정 2019-11-08 01:18

6일(현지시간) ‘삼성 최고경영자(CEO) 서밋’이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예르바부에나센터. 마지막 강연자인 김정상 미 듀크대 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에 이어 손영권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이 등장하자 좌중이 술렁거렸다. 당초 시나리오엔 없던 대담이 시작됐다. 행사장에 모인 700여 명의 정보기술(IT) 전문가가 숨을 죽이고 이 대화를 지켜봤다.

“양자컴퓨터, 신약 개발부터 활용”

이날 대담은 여러 측면에서 실리콘밸리의 내로라 하는 IT업체들의 이목을 끌었다. 세계 1위 하드웨어 제조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CSO가 양자컴퓨터 분야의 떠오르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아이온큐의 공동 창업자인 김 교수를 무대로 불러 양자컴퓨터의 미래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다. 출범 5년째인 삼성 CEO 서밋에서 손 CSO가 대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에 참석한 한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대표는 “양자컴퓨터가 미래 ‘신기술’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알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날 한국 기자단과의 별도 인터뷰에서 “앞으로 2~3년 안에 클래식 컴퓨터(슈퍼컴퓨터)가 할 수 없는 연산을 양자컴퓨터가 대신할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우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신약 개발과 같은 바이오산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자컴퓨터는 100억분의 1m에 불과한 원자 단위 이하의 물리적 속성을 활용해 연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차세대 컴퓨터다. 트랜지스터가 처음 나왔을 때 현재의 컴퓨터, 휴대폰의 쓰임새를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것처럼 양자컴퓨터의 쓰임새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김 교수의 판단이다.

삼성·MS와 협력으로 기술 도약

아이온큐가 개발하는 양자컴퓨터는 초저온에서 작동하는 다른 양자컴퓨터와 달리 상온에서 작동하는 기술력을 갖춰 세계 IT기업들이 ‘눈독’을 들인다. 지난 4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클라우드 개발을 위해 아이온큐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삼성전자, 아마존 등은 아이온큐의 지분 일부를 사들인 주주다.

김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과의 협력이 양자컴퓨터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존 슈퍼컴퓨터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 CSO도 이날 “삼성전자가 개발하는 3㎚(1㎚=10억분의 1m) 수준의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은 사실상 원자 단위의 기술”이라며 “반도체처럼 기존 기술로 혁신의 한계에 부딪히는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양자컴퓨터가 새로운 접근 방법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두 사람은 모두 양자컴퓨터를 실생활에 활용하기까지 적지 않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 교수는 “현재 양자컴퓨터 기술은 상용화보다 연구개발(R&D) 단계”라며 “삼성전자의 휴대폰, TV와 같은 제품에 활용하기엔 이른 단계”라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터로 인해 가상화폐와 같은 블록체인 기술이 해킹될지 모른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샌프란시스코=좌동욱 특파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