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숯가루까지 걸러낸 넥쏘…'달리는 공기청정기' 수소차

입력 2019-11-07 15:39
수정 2019-11-07 15:42


먼지가 뒤섞여 새카맣게 변한 공기가 넥쏘로 빨려들어갔다. 넥쏘의 배기가스 배출구에 연결된 비닐 공은 이내 투명한 상태로 부풀어올랐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남양연구소에서 '2019년 현대·기아·제네시스 R&D 모터쇼'를 열었다. 오는 8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는 현대기아차 관계사 임직원은 물론 일반 관객도 참여가 가능하다.

남양연구소가 연구용으로 구입한 백여대의 국산·수입차가 전시된 이 행사장 가장 중앙에 전시된 것은 수소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넥쏘다. 현대차그룹은 넥쏘 앞 뒤로 거대한 비닐 공을 연결하고 미세먼지 정화 시연을 선보였다.

실험은 넥쏘 앞에 연결된 비닐 공에 오염물질을 채워 차량이 오염된 외부 공기를 빨아들이는 상황을 재현한 뒤 차량 배출구에서 나오는 공기의 상태를 확인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넥쏘 앞에 연결된 비닐 공은 숯과 먼지로 뒤섞인 공기가 채워지며 까맣게 물들었고, 이내 배출구에 연결된 비닐도 부풀었다. 배출구에 연결된 비닐 공은 투명한 상태가 유지됐다.

실험에 쓰인 숯가루와 먼지는 넥쏘에서 모두 걸러졌다. 수소전기차인 넥쏘는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주행에 필요한 동력을 얻는다. 수소는 전용 충전소에서 채우지만 산소는 주행하며 빨아들인 공기를 활용한다.

넥쏘는 차에 들어온 공기를 공기필터-막가습기-미세기공층의 세 단계를 거쳐 정화한다. 공기필터에서 2.5 마이크로미터(㎛) 이하 초미세먼지의 97%가 걸러진다. 막가습기에서는 건조한 공기를 가습해 초미세먼지를 추가로 제거하고 마지막으로 0.1㎛ 이하 크기의 미세기공층을 거쳐 먼지를 제거한다. 이렇게 얻은 순수한 공기 중의 산소와 수소를 결합시켜 얻는 에너지가 넥쏘의 동력원이다.

넥쏘 1대가 1시간 운행하며 정화하는 공기량은 26.9kg으로, 성인 48.9명이 소비하는 양과 맞먹는다. 현대차는 넥쏘 1만대가 운행할 경우 나무 60만 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탄소 저감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넥쏘가 달리는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초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수소전기차가 도움을 줄 수 있기에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도 수소전기차 보급에 힘쓰고 있다. 정부는 최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2040년까지 수소전기차 290만대를 보급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경찰버스와 시내버스 등을 대체하는 수소전기버스도 약 7만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도심 곳곳에 '달리는 공기청정기'를 집중 배치하는 효과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저렴한 유지관리비용은 매력으로 다가온다. 복합연비 9.5km/l인 가솔린 자동차가 1250km를 주행할 경우 연료비는 리터당 1534.44원 기준 20만1932원이 들어간다. 같은 거리를 기준으로 수소전기차인 넥쏘 연료비는 10만3950원에 그친다. 차량 1대 충전에 걸리는 시간도 5분 가량에 불과해 일반 전기차보다 편리하다. 높은 차량 가격이 발목을 잡지만, 정부 보조금 2250만원과 최대 1350만원의 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수소전기차는 폭발할 수 있다는 농담 섞인 우려도 알고보면 근거가 없다. 수소전기차에 쓰이는 수소는 일반수소이며, 수소폭탄에 쓰이는 중수소·삼중수소와 구조부터 다르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폭발시키려면 온도를 1억도 이상으로 높여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야 하는데, 일반 차량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수소탱크 역시 철보다 10배 높은 강도를 지닌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1575기압의 내부 압력에도 문제 없이 버티도록 제작된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