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매력적 투자처"라는데…외국인투자자 "규제 해소 더 필요해"

입력 2019-11-06 17:37
수정 2019-11-07 01:53
“산업정책이 자꾸 바뀌다 보니 안정적으로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5일부터 3일간 ‘외국인 투자주간’ 행사가 열리는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참석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들의 표정은 떨떠름했다. 이 행사는 한국의 강점을 널리 알려 해외기업의 국내 투자를 확대한다는 취지에 맞춰 매년 정부가 진행하는 행사다. 올해도 어김없이 단상에서는 “혁신생태계를 갖춘 한국은 세계 그 어느 곳보다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식의 예찬이 이어졌다.

하지만 행사장의 공기는 예년보다 가라앉아 있었다. 기자와 만난 참석자들은 정부 정책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 정부가 과감한 투자 지원 정책을 내놔야 하는데 오히려 규제 강도와 노동경직성은 단단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독일에 본사를 둔 화학기업 휴테네스알베르투스(HA)그룹의 베른하르트 뮐러 아시아태평양지역 부회장은 “‘타다’ 등 스마트모빌리티 산업이 법적 문제를 겪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택시와 스타트업업계의 표 개수를 저울질하느라 갈등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회장은 “외국인 투자 유치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노동경직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며 “한국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는 일본 기업이 많지만 이 문제 때문에 주저하곤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한국은 정부 또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바뀌면 산업정책이 휙휙 바뀐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해야 하지만 정부 정책이 자주 바뀌면 소재·부품·장비를 장기적으로 국산화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물류회사 GNL 트랜스포테이션의 노상일 대표는 “미국에서는 클릭 몇 번이면 될 절차를 한국에서는 변호사를 거쳐야 하고, 종이서류를 내야 할 일도 많았다”며 “회사 시작 과정부터 이런데 이후 공장 인허가나 신증설을 생각하면 악몽”이라고 지적했다. 한 외국계 IT업계 대표는 “신산업 육성을 위해선 인공지능(AI) 로봇 등 각 분야에 특화한 기술자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이해도를 갖춘 종합적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외국계 투자자의 우려가 무겁게 다가오는 건 올해 내리막을 걷는 외국인직접투자(FDI) 감소세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올 1~3분기 FDI는 신고액 기준으로 134억8500만달러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29.8% 줄었다. 정부는 올해 한국 FDI가 200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