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시절 즐겨 보던 순정만화를 다시 펼쳐든 것 같다. 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는 풋풋하고 설레는 첫사랑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런데 기존 순정만화 공식과는 사뭇 다르다. 뻔한 전개가 아니라 독특한 구조로 신선함을 더한다. 매회 반전이 거듭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맴돈다.
지난 2일 첫 방영된 이 드라마는 작가 무류의 웹툰 ‘어쩌다 발견한 7월’을 원작으로 한다. 시청률은 3%대로 같은 시간 경쟁작인 KBS의 ‘동백꽃 필 무렵’에 밀리지만 3주 연속 TV 드라마 부문 ‘콘텐츠 영향력(CPI) 지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지수는 CJ ENM과 닐슨코리아가 매주 발표한다. 검색 수와 동영상 조회 수 등 온라인 반응을 집계한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10~30대 여성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입소문이 나며 다시보기 열풍이 불고 있다.
드라마 자체도 만화 속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만화 캐릭터인 은단오(김혜윤 분)에게 자아가 생기면서 다양한 사건이 펼쳐진다. 단오는 자신이 만화 속에 살고 있는 엑스트라이며, 작가가 정해놓은 설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인지한다. 단오를 비롯해 하루(로운 분), 백경(이재욱 분) 등 주변 인물들에게도 자아가 생긴다. 단오와 하루는 자신에게 주어진 설정과 다른 운명을 개척하려 하고, 이 과정에서 서로 사랑을 느끼게 된다. 만화 속에서 단오의 약혼자로 정해져 있는 백경과 삼각관계도 이루게 된다.
만화 속 시공간인 ‘스테이지’와 그 설정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시공간 ‘쉐도우’로 나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운명을 바꾸려는 캐릭터들로 인해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이야기 중 작은 하나를 바꾸면 다른 사건의 결과가 달라지는 연쇄 작용도 흥미롭다.
20대 초중반인 배우들의 능숙한 연기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SKY 캐슬’에서 열연했던 김혜윤은 만화 속 여고생 연기를 유쾌하게 해내고 있다. 로운은 단오를 지켜주려는 듬직한 모습을, 이재욱은 무관심했던 단오에게 감정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