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률 1위인데…또 규제 피한 대전 부동산시장

입력 2019-11-06 14:27
수정 2019-11-06 14:28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4년7개월 만에 부활시켰다. 그러나 서울 강남을 겨냥해 초고강도 규제를 내놓는 와중에도 과열되는 지방 부동산 시장에 대해선 수수방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6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를 열고 서울 27개 동(洞)을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하고 부산 3개 구와 경기 고양, 남양주 일부 지역의 조정대상지역 규제를 해제했다.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에 대한 추가 지정은 없었다.

주정심은 규제 지역 지정과 해제를 결정하는 회의다. 당초 이날 회의 전까지 대전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일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뤘다. 지난달까지 15개월 연속 집값 상승세가 이어진 데다 갈수록 상승폭이 두드러져서다. 그러는 동안 아무런 규제가 이뤄지지 않아 전국에서 투자자가 몰리는 등 비(非)규제지역 ‘풍선 효과’를 입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대전 주택매매가격은 지난달까지 4.3% 상승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지역별로는 유성구(6.45%)와 서구(5.13%), 중구(5.10%), 동구(2.59%) 등 순이다. 같은 기간 강남구의 누적 변동률이 -1.14%인 것과 대조적이다. 서구 둔산동 크로바아파트 전용면적 164㎡의 경우 최근 15억원에 손바뀜하면서 연중 최저가보다 5억원가량 뛰었다.

일부 지역은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을 갖췄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하게 높을 때 우선 요건을 갖춘다. 대전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해 0.2%에 불과해 모든 지역의 집값 상승률이 이를 크게 웃돈다. 서구와 중구, 동구는 ‘최근 2개월 평균 청약경쟁률이 5 대 1을 초과해야 한다’는 선택 요건도 갖추고 있어 언제든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날 주정심에서 이들 지역에 대한 규제는 나오지 않았다. 아예 거론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도시실장은 “자료엔 대전 유성구 등에 대한 안건이 있었지만 주정심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일부 지방 시장의 과열 현상을 알고 있다”면서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일부 지역으로 국한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숨죽이고 있던 대전 부동산시장은 남모르게 웃음을 짓고 있다. 이번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을 경우 앞으로 언제든 분양가 상한제까지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구 탄방동 A공인 관계자는 “‘2000만원을 넣으면 1억원을 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국에서 투자자들이 몰리던 곳이 대전”이라면서 “이번에 규제를 맞았다면 피해를 입는 투자자가 많았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총선을 앞두고 충청도 표심을 잃지 않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대전 집값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이 대두됐던 이유다. 부동산 규제는 통상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순으로 진행되는데 시장이 과열될 경우 순서를 건너뛰기도 한다. 대구 수성구의 경우 2017년 9월까지만 해도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았지만 재건축이 활발해지면서 집값이 급등하자 조정지역 지정을 건너뛰고 바로 투기과열지구로 묶였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정비사업엔 ‘규제 종합선물세트’가 쏟아진다. 재건축 조합원의 분양 가능 주택 수가 1채로 줄어들고,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와 5년 재당첨 제한 등을 적용받는다. 담보인정비율(LTV) 40% 등 대출규제도 작동해 이주비를 끌어와야 하는 재개발·재건축조합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3억 이상 주택을 거래할 땐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되고 1순위 자격 요건 강화 등 청약 규제도 생긴다.

그러나 다음 주정심에서 대전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검토될지는 미지수다. 주정심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