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동반위, '중고차 생계형' 부적합 결론…"대기업 지배력 높지 않다"

입력 2019-11-06 13:37
수정 2019-11-06 14:48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가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에 추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부 기준이 생계형에 적합하지 않다고 의견 결론을 내면서다. 최종 결정은 주무부처인 중기부가 6개월 내에 내린다. 한경닷컴은 동반위의 이같은 생계형 비추천 결론을 하루 앞서 단독 보도한 바 있다.<hr >[단독] 동반위, 중고차 생계형 '비추천' 잠정 결론…대기업 길 열릴 듯<hr >
동반위는 6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58차 동반성장위원회를 열고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일부 부합하지 않다고 결론짓고, 중기부에 이를 골자로한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은 이날 결정 배경에 대해 "소상공인의 매출액 증가, 대기업의 시장진출에 따른 영향, 간접적인 진입장벽 등을 고려했을 때,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며 "산업경쟁력과 소비자 후생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검토 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완성차 대기업의 중과 시장 진입 시 미칠 영향, 중고차 매입과정에서 소상공인간의 능력차이에 대한 취약성에 대해선 면밀한 검토 필요하다는 의견도 더했다"고 밝혔다.

이날 동반위 회의에선 "중고차 시장에서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데 대기업 진출이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중고차 매매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으며, 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성 또한 낮다는 것이 동반위의 시각이다.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경우 한미 FTA, 한-EU FTA 시장 접근 규정 위반 등의 통상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같이 고려됐다.

이와 관련 동반위는 "중고차 판매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사업영역 보호 및 동반성장 측면에 있어 대기업 등이 자율적으로 사업 확장을 자제하고 소상공인과 협력해야 한다"는 의견 조언도 더했다.

그간 동반위 내부적으론 중고차 업계가 보호가 필요한 소상공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수차례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소상공인은 업종별로 매출액과 상시근로자 수 등의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중고차 매매업에 등록하려면 660㎡ 이상 자동차 전시시설과 사무실이 필수인데, 동반위는 이 비용을 감당하는 중고차 매매사업자는 소상공인 수준을 뛰어넘는다고 보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역시 한미 FTA와 한-EU FTA 시장 접근 규정에 자동차 매매업에 관련해 서비스 거래 또는 자산의 총액, 서비스의 총 산출량,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특정 유형의 법적 실체 등에 대한 제한을 두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동반위에 제출한 바 있다. 대기업 진출을 막는다면 해외 기업의 국내 시장 접근까지 막혀 협정 위반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동반위 역시 이같은 우려에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동반위는 완성차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현실화될 경우 시장에 발생할 영향이나 중고차 매입과정에서 소상공인간의 능력차이에 대한 취약성 등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출하기로 했다. 현재 중고차 시장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되며 대기업들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규제에 의해 시장점유율이 낮아진 만큼, 규제를 풀 경우 시장점유율이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사업자들의 규모가 영세하지 않지만, 소득은 영세한 만큼 이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생계형 업종은 소상공인 보호가 필요한 사업을 추천해 동반위가 중기부가 추천하면, 중기부는 최대 6개월의 심사 기간을 거쳐 최종 지정한다. 동반위가 중고차 매매업에 대해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중기부 역시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으로 최종 지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중기부 행보가 시장 상생방안 마련에 집중되는만큼, 중고차 시장도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통해 대기업 진입을 막기보다는 상생 합의을 토대로 대기업 진입을 허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분분하다. 대신 대기업과 중고차 업계의 자율 상생협약 체결을 통해 기존 사업자를 보호하며 대기업의 시장 진입에 일정 부분 제약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동반위 역시 대기업과 중고차 업계의 자율 상생협약 체결을 관련 중고차 업계에 제안한 바 있다.

사실상 대기업엔 시장 진입 길을 터주는 대신, 상생 방안을 마련해 기존 종사자를 최대한 보호한다는 취지다. 법으로 대기업의 진출을 막을 경우 분쟁이 불가피한 만큼 이를 피하면서도 적합업종 지정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상생 방안 마련도 기존 중고차업계의 입장차가 커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내 중고차 업계를 양분해온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한국연합회)와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전국연합회)는 공동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국연합회는 상생 협약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생계형 지정이 무산될 경우 실력 행사에 나서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