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수장을 가리는 '왕좌의 게임'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자산 규모 30조원, 연매출 23조원에 이르는 정보통신기술(ICT) 거대 기업을 이끄는 자리인 만큼 사장급 내부 인력은 물론이고 정부 관료 등 외부인사들이 일제히 하마평에 올랐다. 회장 후보군은 내달 중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23일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등기우편, 방문 접수를 통해 사외 회장후보를 공모했다. KT 관계자는 공모에 30~40명이 지원했다고 전했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는 4단계로 진행된다. KT는 2018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개정을 통해 회장 선임 과정을 지배구조위원회의 심사 대상자 선정-회장후보심사위원회 심사-이사회 결정-주주총회 의결로 단계화했다.
임직원 2만3000명, 연결 기준 종속회사만 65개. ICT 거대 공룡 KT를 이끌 수장 자리인 만큼 하마평은 무성하다.
KT 내부인사로는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과 이동면 KT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사장),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사장) 등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구현모 사장은 황창규 현 회장의 최측근으로 황 회장 취임 후 첫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지난 2016년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에서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다만 KT 불법정치자금 사건과 관련돼 있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이동면 사장은 KT 기술통으로 융합기술원장 등을 지낸 연구개발(R&D) 전문가다. KT의 기술경영에 적합한 인물로 꼽히지만 올해 처음 등기임원에 오른 만큼 회사를 끌고 가기에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오성목 사장은 KT의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에 공을 세운 인물로 네트워크 관련 사업에서 뛰어난 역량을 지녔다는 평을 받는다. 2013년 전무에서 4년 만에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으나 작년 KT 아현지사 화재사건에 책임 소지가 있다는 점은 약점이다.
외부 인사로는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장,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최두환 포스코ICT 이사, 홍원표 삼성 SDS 사장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모두 KT에 몸담았던 인사들이다. 이와 함께 유영환·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 정동채 전 문화부 장관 등이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된다.
KT 차기 회장 선출의 핵심은 정치적 외풍에서 독립되는 것이다. KT는 과거 최고경영자 교체 때마다 외풍 논란에 시달렸다. 민영화된 지 17년이 지났지만 오너 없는 지배체제가 지속되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로 잡음이 일었다. 이번만큼은 외풍과 무관하게 전문성, 리더십을 갖춘 수장을 선임하겠다는 방침이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내외부 차기 회장 후보군을 선정하면, 내달 회장후보심사위원회를 통해 최종적인 후보를 가린다. 이후 이사회에서 회장 후보 1인을 최종 선정해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회장을 선임한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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