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은 5일 “일감 몰아주기는 편법적 경영 승계에 이용될 뿐 아니라 기업 집단 안에서도 비효율적 자원 배분을 일으켜 기업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이날 서울 쉐라톤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열린 ‘제178회 중견기업 CEO 조찬강연회’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 국내외 기업에 공정하게 법을 집행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 위원장은 이어 “자산 5조원 미만 중견기업의 부당한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사례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운을 뗐던 5조원 미만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 거래 단속 강화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참석자는 “중견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거래 비용을 줄이고 수직계열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성장 과정에서 추진된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조 위원장은 이에 대해 “모든 내부거래가 제재 대상이 아니라 지나치게 높은 대금을 지급하는 등 시장 메커니즘과 거리가 먼 부당한 거래와 지원만 제재 대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중견기업이) 국내법을 지키고 공정거래에 대한 내부 규율을 가지고 있어야 (위반 제재가 훨씬 강한) 해외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며 “기업이 커질수록 소비자와 투자자는 기업의 ‘평판’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요즘 젊은 소비자는 ‘정의’ ‘공정’에 대해 예민하고 감수성이 높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상당수 중견그룹이 소비자들에게 이미 대기업으로 인식되는 만큼 앞으로 하도급 관행 등에서 스스로 모범을 보여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