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35%, 돈 벌어서 이자비용도 못 내…'좀비기업' 사상 최대

입력 2019-11-05 16:45
수정 2019-11-05 16:46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경영실적이 나빴던 ‘좀비기업’ 비중이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8년 기업경영분석' 통계에 따르면 영업이익 대비 이자비용 부담을 나타나는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이 35.2%에 달했다.

전체 기업(이자비용 0인 기업 제외) 중 35.2%는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좀비기업’ 비중은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을뿐더러, 2011년 관련 통계를 한은이 집계한 이래 가장 높다.

이자보상비율은 대표적인 재무건전성지표로, 영업활동으로 얻은 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단적으로 드러난다. 한은은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 미만인 기업의 경우 한계기업으로 분류한다.

이자보상비율을 통해 기업의 영업이익이 이자보다 어느 만큼 큰 지를 알 수 있는데, 이 지표가 100%을 넘지 못하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했다는 의미다. 한은의 경영분석 조사 대상 비금융영리법인 기업은 총 69만2726개로, 그 중 이자보상비율은 이자비용이 0인 기업을 제외한 36만2856개를 대상으로 했다.

작년 전체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470.9%였다. 전년(537.1%)보다 66.5%포인트 떨어졌다. 이자보상비율은 2009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다가 2018년 처음 하락했다.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와 비교해 전반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17년 6.1%에서 지난해 5.6%로 하락했다. 제조업의 경우 정제마진 하락과 자동차 부진으로 7.6%에서 7.4%로 둔화됐다. 비제조업은 전기가스업과 도소매 경쟁심화의 영향으로 2.8%에서 2.6%로 떨어졌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7.6%에서 7.2%, 중소기업은 4.0%에서 3.5%로 모두 전년보다 하락했다.

이처럼 영업이익이 감소한 건 지난해 수출 여건이 악화되면서 매출 증가세가 둔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매출액증가율은 동기간 9.2%에서 4.0%로 절반 넘게 크게 하락했다. 제조업이 전체 매출 둔화를 이끌었다. 제조업에서 수출 증가 폭이 축소되고 발전플랜트 수주와 디스플레이업체 투자가 모두 줄었다. 특히 전자?영상?통신장비(20.4%→3.4%), 기타 기계?장비(15.4%→-0.1%)가 크게 하락했다.

비제조업도 9.3%에서 4.0%로 축소됐다. 건설 기성액 감소와 수출과 수입을 더한 무역액 증가율이 둔화하면서 건설(10.3%→-0.5%), 도매?소매(10.3%→5.3%)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대기업 역시 지난해 7.9%에서 2.7%로, 중소기업은 11.0%에서 5.9%로 축소했다.

이에 한은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종의 정제마진 하락, 자동차 업종 국제경쟁 심화, 경쟁 심화에 따른 도소매업 유통마진 감소 등이 두루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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