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고 성가신 재무관리…지금하면 목돈, 내일하면 쌈짓돈 된다

입력 2019-11-05 15:45
수정 2019-11-05 15:55

‘주택 마련 저축 및 대출, 자녀 교육비, 노후 자금 준비, 각종 보험, 금융상품 투자….’

살아가는 동안 수없이 많은 재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를 가리켜 개인 재무관리라고 부른다. 어떻게 하면 재무관리를 잘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재무 의사결정을 위해 필요한 지식을 갖추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서 지체 없이 실행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필요한 지식 갖추기,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지체 없이 실행하기 등 세 가지가 필수적이다. 여기서는 지체 없이 실행하기와 관련된 미루기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는 바로 행동하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행동을 미룬다. 심리학자들은 현재의 비용이나 편익이 미래의 비용이나 편익에 비해 훨씬 중요하고 생생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유쾌하지 않은 일은 일단 내일로 미루고 내일이 되면 다시 미룰 핑계를 찾는다.


사람들이 재무관리와 관련해서 미루기 성향을 보이는 원인은 ‘시간에 대한 뒤바뀐 선호’로 설명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내일의 11만원보다 오늘의 10만원을 선호한다. 동시에 30일 후의 10만원보다 31일 후의 11만원을 선호한다. 오늘의 10만원을 선호하므로 하루가 더 이른 30일 후의 10만원을 선호해야 할 텐데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뒤바뀐 선호’이다.

이처럼 선호가 뒤바뀌는 이유는 오늘과 내일을 비교하듯이 가까운 미래에 대해서는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고, 30일 후와 31일 후를 비교하듯이 먼 미래에 대해서는 낮은 할인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할인율이란 미래(내일)에 얻을 돈을 현재(오늘) 가치로 따져보기 위해 그 돈을 할인하는 비율을 말한다. 내일의 11만원에는 높은 할인율이 적용돼 오늘의 10만원보다 적은 금액으로 느끼고, 31일 후의 11만원에는 낮은 할인율이 적용돼 30일 후의 10만원보다 많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를 재무관리 행동에 적용해보면 사람들은 현재의 상황을 따질 때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지만 당장은 까다롭고 성가신 일에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그 가치가 지금 하고 싶은 다른 일보다 못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즉시 만족을 추구한다. 예를 들어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는 서류를 작성하면 자신에게 유리하지만 지금 자신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싶다면 서류 작성을 미룬다.

감정적 고통을 회피하려는 욕구는 즉시 만족을 원하는 것과 동전의 양면이다.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어느 은행이 가장 유리한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을 어느 펀드에 투자해야 할지, 실손보험은 어떤 상품이 가장 좋은지 등과 같은 재무 의사결정을 고통스러운 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뭔가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져 피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이럴 때 사람들은 그런 재무 의사결정을 통해 자신의 재무 상황을 정리하는 일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항상 나중에 하기를 원한다.

인간의 뇌 구조에서 미루기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도 있다. 대뇌변연계는 인체의 기본적인 감정 요구 등을 관장하는 신경계다. 이것은 뇌의 인지 영역과 함께 의사결정에 관여한다. 대뇌변연계는 인간의 생존에 최적화돼 있어 인간의 감정은 선천적으로 근시안적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대뇌변연계의 작동으로 당장 눈앞의 것에 사로잡힌다. 반면 뇌의 인지 영역은 대뇌변연계의 작동을 중지해 즉시 만족 욕구를 지연시킨다. 한마디로 대뇌변연계가 미루기의 원인인 셈이다.

개인 재무관리에서 미루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특정 행동의 마감 시한을 스스로 설정하는 것이다. 하기 싫고 귀찮은 재무 의사결정을 언제까지 마무리할지를 스스로 정하면 습관적인 미루기를 방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 둘째, 돈에 꼬리표를 붙이는 것이다. 저축할 돈, 투자할 돈, 지출할 돈을 구체적인 목적과 액수를 정해 구분하면 해당 꼬리표에 맞는 행동을 제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자신과 정한 약속을 위반했을 때, 예를 들어 신용카드 사용 금액이 일정 한도를 넘으면 자신의 모든 친구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이메일이 발송되도록 함으로써 수치심을 유발하는 장치가 미루기 극복에 힘이 된다.

마지막으로 인출하려면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거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금융상품에 투자함으로써 자신의 저축 목표 달성을 미루려는 욕구에 제동을 걸 수 있다.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