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펀드를 쪼개 파는 일명 ‘시리즈 펀드’를 통해 공모펀드 규제를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는 농협은행이 중징계 위기에서 벗어났다.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매사인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도 일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위원회 산하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는 4일 농협은행과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아람자산운용이 일명 시리즈 펀드로 공모 규제를 회피한 혐의에 대한 제재 안건을 심의했다. 이날 자조심에선 ‘증권신고서 제출 등 공시 의무는 운용사에 있으며 펀드 판매사인 농협은행에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무리다’는 다수 의견이 채택된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은행은 2016~2018년 파인아시아운용과 아람운용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펀드’ 방식으로 주문한 펀드를 사모펀드로 쪼개 팔아 공모 규제를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법 개정으로 같은 증권을 두 개 이상으로 쪼개 발행할 경우 펀드당 투자자를 49인 이하로 설정했더라도 증권신고서 제출 등 공모펀드 공시 규제가 적용된다.
당초 금융감독원은 판매사인 농협은행에 100억원, 운용사인 파인아시아운용과 아람운용에 각각 60억원, 40억원의 과징금을 통보한 바 있다. 지금껏 펀드 운용에 위법 사항이 발생하면 운용사를 징계해왔다. 이번에도 파인아시아운용과 아람운용은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일부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받았다.
농협은행과 파인아시아운용, 아람운용의 제재 수위는 증선위와 금융위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금리 연계 DLF 역시 OEM 및 시리즈 펀드 혐의를 받고 있는 만큼 농협은행의 제재 수위는 DLF 판매사인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하수정/정지은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