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 방안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절대평가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수능을 7월과 12월에 두 차례 치르고, 정시와 수시를 통합하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수능 위주 정시 비중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 정책과 방향이 달라 수험생들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4일 경북 안동시 성곡동 안동그랜드호텔에서 총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입제도개선연구단 2차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은 협의회가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대입제도를 마련하겠다”며 지난해 9월 출범시킨 산하 기관이다.
협의회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 뒤 입학한 고등학생이 입시를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고, 전형은 학생부전형과 교과전형, 수능전형, 실기전형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단순화할 것을 요구했다. 수능전형은 반드시 교과성취도(내신)를 부전형요소로 포함하도록 했다.
협의회는 수능 성적체계를 5단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응시 시기는 7월, 12월 두 차례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수능의 목적을 직접적인 대입 전형자료가 아니라 참고 자료로 재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시험의 성격 자체를 대학의 학생 선발을 돕는 자료가 아니라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협의회가 정부의 정시 확대 정책과 정반대 주장을 내놓으면서 대입제도 개편 방향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협의회는 교육부는 행정·재정적 지원만 전담하고, 대입정책은 자신들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중심이 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고교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해선 교사의 목소리가 대입제도에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 교육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대입제도 개편 방향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며 “그 피해는 2028학년도에 수능을 치를 현 초등학교 4학년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