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액션' vs '금융 사기극'…늦가을 극장가 흥행 대결

입력 2019-11-04 17:56
수정 2019-11-05 03:07

가을 극장가에 범죄영화 두 편이 잇따라 개봉한다. 오는 7일 개봉하는 ‘신의 한 수: 귀수편’(이하 귀수편)과 13일 극장에 걸리는 ‘블랙머니’다. ‘귀수편’(감독 리건)은 2014년 개봉해 365만 명을 모은 ‘신의 한 수’의 스핀오프인 범죄 액션물이다. 전작에서 교도소 독방에 수감된 태석(정우성)과 벽을 두고 바둑을 둔 귀수의 탄생 비화다. ‘블랙머니’(감독 정지영)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인 ‘론스타게이트’가 전·현직 경제관료들이 가담한 사기극일 가능성을 제시한 금융범죄 실화극이다. ‘귀수편’의 권상우(43)와 ‘블랙머니’의 이하늬(36)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각각 만났다.

권상우 “만화적 상상력으로 그려내”

“도장 깨기 바둑 액션이에요. 만화적 상상력을 추가해 내기바둑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냈죠.”

권상우는 ‘귀수편’을 이렇게 요약한다. 바둑으로 모든 것을 잃은 귀수는 내기 바둑판에 뛰어들어 전국의 고수들을 찾아가 목숨을 걸고 대국을 펼친다.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와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재미를 준다.

“바둑은 정직한 사람들의 경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정당당하게 맞서고, 지면 승복하거든요. 그래서 캐릭터들이 밉지 않습니다. 관객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내기바둑의 세계에서는 목숨을 건 혈투가 수반된다. 여기서 ‘액션배우 권상우’의 가치가 드러난다. 그는 거꾸로 매달려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우람한 등근육과 ‘에이팩’ 복근을 선보인다.

“액션을 모두 제가 소화했어요. 대역도 없었고 와이어의 도움을 받지 않았습니다. 컴퓨터그래픽(CG)도 없었어요. 복근도 보정이 전혀 없는 진짜 제 모습이에요.”

권상우는 평소 매일 오전 10시부터 트레이닝장에서 헬스와 스트레칭을 한다. 귀수 역을 맡은 뒤에는 3개월 이상 고강도 액션 연습에 들어갔고 체중도 6㎏ 감량했다. “늘 머릿속으로 액션영화를 꿈꾸면서 신체 능력을 자신 있게 보여주려고 준비했어요. 과식하지 말아야 했고, 촬영이 끝나면 무조건 촬영지 근처 헬스장을 찾아다녔어요. 매일 고구마를 삶아 먹었고요. 1㎏ 빼기도 정말 힘들더군요.”

이하늬 “국민 한 사람으로서 억울한 사건”

“세금을 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억울한 사건입니다. 전 국민이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연했어요.”

이하늬가 ‘블랙머니’에 나선 소감이다. 올해 최다 관객(1626만 명)을 모은 영화 ‘극한직업’과 인기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주연을 맡은 이하늬는 이 영화에서 은행을 헐값에 매입한 미국 사모펀드 측 법률대리인 김나리 역을 해냈다.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무게감이 있어요. 자산가치 70조원짜리 은행을 1조7000억원에 매각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죠. 어떻게 대중이 잘 모르는 상태로 넘어갈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실제와 허구를 구분해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가 될 거예요.”

이하늬는 ‘극한직업’ ‘열혈사제’에서 보여줬던 코믹한 모습과는 정반대로 냉철한 엘리트 변호사를 연기했다. 정지영 감독은 이하늬가 출연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동물의 사생활’을 보고 캐스팅을 결심했다고 한다.

서울대에서 국악을 전공하고 영어 등 외국어에 능통해 ‘엄친딸’로 알려진 이하늬는 이 영화에서 유창한 영어 실력을 과시한다. “김나리는 어렸을 때부터 유학해 미국 월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서 단순히 한국 사람이 영어를 하는 것 이상이 돼야 했어요. 영어를 할 때 편안하고, 경제 용어도 영어로 말하는 직업이거든요. 그래서 대사를 머리로 이해한 다음 입에 붙을 때까지 연습했습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