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우기지 마십쇼. 그렇게 우기시지 말고. 우기시지 말고."
"답변을 요구해놓고 우기다가 뭐예요? 우기다가 뭐냐고. 내가 증인이야. 우기다가 뭐요 우기다가. 똑바로 하세요."
20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지난 1일 청와대를 상대로 진행됐는데, 여기서도 고성이 난무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정의용 안보실장에 대해 "우기지 말라"고 발언하자 뒤에 앉아있던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우기다가 뭐냐"고 고성을 지르며 삿대질했다.
이처럼 청와대와 야당 사이에 고성·삿대질로 마무리된 청와대 국정감사 후폭풍은 4일 내년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까지 번졌다.
야당 예결위원들은 청와대의 사과와 강기정 정무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여당은 내년 예산안 심사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며 맞섰다.
예결위는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부처 국무위원들이 출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2020년도 예산안 등에 대한 부별심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여야는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감 당시 파행 사태를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당시 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북한의 잇따른 무력시위 속에서도 청와대가 우리 안보가 튼튼하다고 강조한 것을 문제삼으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설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나 의원이 "어거지로 우기지 마시라"고 하자 정 실장 뒤에 앉아 있던 강 수석이 "아니 답변을 요구해 놓고 우기지말라가 뭐냐"고 끼어들었다.
나 의원이 끼어들지 말라는 듯 "강기정 수석"이라고 소리치자 강 수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 의원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고함을 치며 "우기지말라니가 뭐냐고", "내가 증인이야", "똑바로 하시라"고 했다.
그러자 한국당 의원들도 "이게 뭐하는 거냐"고 소리지르면서 국감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비서관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반말과 손가락질 등으로 논란을 빚은 데 대해 "정무수석을 당장 해임하고, 국회에 대해 사과하셔야 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날 당내 '변화와 혁신을 위한 행동' 모임에서 "정무수석이 뒷자리에 앉아서 오만과 무식으로 국민을 상대로 우긴다는 그 표현에, 막말도 아니고 우긴다는 표현에 정무수석이 종이를 흔들며 삿대질하고 고함지르는 모습을 보고 기가 막혔다"면서 "지금 청와대가 우리 국회,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취급하는지 분명히 드러난 회의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만하고 무식한 청와대가 운영위 회의장에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상대로 일부러 싸움을 거는 모습을 보면서 '저게 국정을 책임지는 그런 집단이냐'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청와대 참모들을 "조국 사태를 겪은 지 얼마 안 된 문 대통령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비서실장", "안보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안보실장", "경제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경제수석" 등의 표현으로 혹평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