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인도가 대세다.”
국내 벤처캐피털(VC)업계의 유망 투자처로 인도가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13억 인구의 인터넷 및 모바일 정보기술(IT) 서비스 수요 증대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자금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서다. IT와 전자상거래,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등이 관심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 개척에 공들이는 VC
4일 VC업계에 따르면 네오플럭스와 KTB네트워크,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국내 주요 VC의 인도 스타트업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가장 활발한 VC는 네오플럭스로 2017년 이후에만 현지 스타트업 다섯 곳에 투자했다. 누적 투자금액은 100억여원으로 전체 해외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60%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신선 육류 가공·유통 스타트업인 리시우스, 카페 관리 솔루션업체 헝거박스, 여성 전문 커뮤니티 팝엑스오 등이 대표적인 투자 기업이다. 지난해 말 20억원을 베팅한 농산물 도매 플랫폼 닌자카트는 차기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으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KTB네트워크도 적극적이다. KTB는 2016년 부동산 플랫폼 노브로커닷컴에 약 35억원을 투자해 인도에 발을 들인 뒤 지난 7월 온라인 식료품 플랫폼 그로퍼스에 236억원를 투자했다. 국내 최대 VC인 한국투자파트너스 역시 지난해 온라인여행사(OTA) 스타트업 해피이지고와 해피이지고그룹에 총 172억원을 베팅했다. 올해는 소셜 전자상거래 기업 글로우로드에 6억원을 투자했다.
스틱벤처스와 KB인베스트먼트도 올해 처음으로 인도 투자에 뛰어드는 등 기존에 공들여온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스틱벤처스는 배송 중개 서비스 플랫폼 던조, KB인베스트먼트는 트럭 물류 스타트업 리비고에 투자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인도의 투자산업 인프라가 워낙 낙후되고 물리적 거리도 있어 투자를 꺼렸는데, 성장성이 워낙 크다 보니 포트폴리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 됐다”고 말했다.
○‘넥스트 차이나’로 부상
인도가 그동안 가장 큰 관심을 기울였던 중국을 대체할 신흥시장으로 VC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장성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과거와 비교해 중국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네오플럭스는 지난해 국내 VC업계 최초로 인도 현지 사무소를 개설하기도 했다.
인도는 동남아 전체보다 인구가 두 배 이상 많고, 구매력 있는 중산층만 4억 명에 달한다. 게다가 전통적인 IT 강국으로서 기술 수준도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기존 산업과 연계한 모바일 서비스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 현지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에선 하루 수백 개의 IT 관련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다.
벤처 투자가 아직 초기 단계 수준에 머물러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췄다는 점도 매력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인도는 매년 7%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정부가 적극적인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펴고 있어 중국으로 향했던 투자 자금이 인도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