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빗썸 지배구조

입력 2019-11-03 18:06
수정 2019-11-04 02:33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의 지배구조가 코스닥시장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김병건 BK그룹 회장이 이끄는 BXA 컨소시엄이 빗썸 인수 잔금을 내지 못하자 비덴트를 중심으로 다섯 개 상장사가 자금을 모아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분 구조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곳곳에서 순환출자가 발생하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덴트는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코리아의 최대주주(75.99%)인 비티씨홀딩컴퍼니 지분 23.24%를 1150억3800만원에 넘겨받기로 했다. 김 회장 측이 소유한 BTHMB홀딩스로부터 가져오는 것이다.

김 회장 측은 지난해 10월 비티씨홀딩컴퍼니 지분 51%를 약 4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지만 9월 말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비덴트가 회수(질권실행)된 지분을 사오는 것이다. 이달 22일 잔금(650억3800만원)을 지급하면 비덴트의 비티씨홀딩컴퍼니 지분율은 기존 9.5%에서 32.74%로 늘어난다. 비덴트는 빗썸코리아 지분도 10.55% 보유하고 있다.

비덴트는 빗썸코리아 대표를 지낸 김재욱 대표가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1000억원이 넘는 비티씨홀딩컴퍼니 지분 인수 자금을 유가증권시장의 비티원과 코스닥시장의 버킷스튜디오 아이오케이 등으로부터 조달했다.

복잡한 지분 관계가 엮이면서 ‘비덴트→버킷스튜디오→비티원→비덴트’ 구조의 상장사 간 순환출자가 발생하게 됐다. 김 대표는 버킷스튜디오 비티원 등의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고, 빗썸코리아 지분 8.44%를 보유한 옴니텔의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빗썸 측과의 순환출자 고리도 적지 않다. 비티씨홀딩컴퍼니가 비티원의 최대주주 지위에 있고, 빗썸코리아는 비덴트 지분 6.07%와 옴니텔 지분 17.66%(전환사채)를 갖고 있다. 한 인수합병(M&A) 전문가는 “적은 자금으로 빗썸 지배력을 높이려고 하다 보니 곳곳에서 복잡한 순환출자가 발생한 것”이라며 “안정적으로 빗썸 경영권을 행사하려면 비티씨홀딩컴퍼니 지분을 50% 이상으로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지분 거래로 그동안 잠잠하던 빗썸 테마주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비티원은 지난 1일 상한가로 치솟았고 버킷스튜디오(24.76%) 옴니텔(12.84%) 아이오케이(9.84%) 등도 동반 급등했다.

비덴트는 우회상장 여부 심사로 1일 하루 거래정지됐다가 4일부터 거래가 재개된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