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픈뱅킹, 금융인프라 혁신의 첫걸음

입력 2019-11-03 17:16
수정 2019-11-04 00:15
지난달 30일 주요 시중은행의 시범 시행을 신호탄으로 우리나라에 오픈뱅킹 시대가 본격 열렸다. 지난 2월 금융당국의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 발표 이후 전 은행권과 금융결제원 등 유관기관은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 새로운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을 경주했다. 핀테크(금융기술) 기업과 은행도 오픈뱅킹 인프라를 활용한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해 왔다.

최근 세계 각국은 오픈뱅킹을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은행권과 핀테크업권이 하나의 공동 플랫폼 형태로, 조회에서 자금이체까지 제공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모바일 금융 앱(응용프로그램)으로 모든 은행의 금융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자금이체도 손쉽게 할 수 있는 개방형 인프라다. 즉, 금융계좌에 제3자의 접근을 허용하고, 이를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의 트렌드이자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요건이기도 하다. 오픈뱅킹의 성공적 안착은 개별 경제주체는 물론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에 혁신적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핀테크 기업들은 금융결제 서비스를 기존보다 낮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시장 진입을 위한 제도적·절차적 장벽도 많이 제거돼 고객을 유인할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출시하기가 쉬워졌다. 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서비스 발굴에 집중할 수 있고 국내 시장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해외 진출 시에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은행권도 전통적인 금융서비스 노하우와 최근 디지털 전환 경험을 자산으로 해 오픈뱅킹을 또 하나의 도약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보다 다양해진 채널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고 종합 금융플랫폼 제공 사업자로서 금융상품의 개발, 유통 및 판매까지 영향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 기업과 활발하게 협력한다면 신규 사업모델 창출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소비자로서 국민은 하나의 앱을 통해 결제나 송금은 물론 자산관리, 신규 금융상품 등 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게 경험할 수 있다. 또 다수의 금융회사를 넘나들며 다양한 서비스를 비교해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강화된 소비자 선택권’이란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오픈뱅킹은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 다음달 본격 시행을 거쳐 제2금융권 등 참여기관의 확대, 오픈뱅킹의 법제화 등 추가적인 노력이 남아 있다. 이런 노력들이 금융인프라 혁신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함께 일관성 있게 추진된다면 한국형 오픈뱅킹이 금융 소비자의 후생 증대 및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