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오보를 한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에 대해 검찰청 출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제정해 12월 1일부터 시행한다.
법무부는 최근 수정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안에 언론이 검찰 수사상황과 관련해 중대한 오보를 낸 경우 정정·반론보도 청구와 함께 브리핑 참석 또는 청사 출입을 제한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넣어 지난달 30일 공개했다. 정부가 보도의 진위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사실상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선언이라는 지적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와 언론학계 일각에서는 "헌법상 알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규정은 인권보호수사규칙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중으로 제정하겠다고 공언한 검찰 개혁 방안이다. 대통령령인 인권보호수사규칙과 달리 법무부 훈령이어서 별도 입법절차가 필요 없다.
그러나 법무부의 새 훈령은 수사관행 개선책이기보다는 오히려 검찰의 ‘깜깜이 수사’를 낳고, 진정한 검찰 개혁에 역행한다는 것이 사회 각계의 중론이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 법무부가 검찰 수사와 관련해 오보를 낸 언론사의 검찰청 출입을 제한하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시행하겠다고 나선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을 찍어내겠다는 것이다"라고 반발했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1일 논평을 통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것에 대해 앙심을 품고 언론에 재갈을 물려 탄압하겠다는 것인가? 조국에게 뺨맞고 언론에 화풀이하는 참 찌질 하고 못난 정권이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국민의 알 권리 따위는 안중에 없고, 언론과 국민의 견제와 감시 따위는 받지 않겠다는 '독재선언'이나 다름없다"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대한민국인가 북한인가? 21세기 민주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다"라고 꼬집었다.
기자협회는 성명을 통해 "법무부의 이번 훈령이 언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한다"며 "이 훈령이 시행되면 수사 기관에 대한 언론의 감시 기능은 크게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규정안에는 오보의 기준이 무엇이며, 누가 판단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그러나 검사, 수사 업무 종사자 등이 언급된 것을 보면 누가 판단할지는 짐작이 간다"며 "검찰에 대한 언론 감시 기능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고, 검찰의 입장만 대변하는 언론 길들이기 내지는 언론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지금도 비판을 받는 재벌과 정치권의 권력형 비리 등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검찰이 개혁의 대상이고, 이제껏 검찰 스스로 피의사실공표 금지 규정을 어긴 것을 법무부도 잘 알고 있을 터인데 이 조항엔 피의자를 포함하는 사건 관계인뿐 아니라 검사를 보호 대상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해 놓았다"며 "인권 보호라는 명분은 옹색하며, 제 식구 감싸기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