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경제 가라앉을 때 떠오르는 佛…마크롱 '親기업 개혁'의 매직

입력 2019-11-01 17:21
수정 2019-11-02 01:40

강성노조와 저성장, 높은 실업률로 인해 한때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프랑스가 부활하고 있다. 세계 경기 둔화에도 프랑스는 양호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실업률은 떨어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한 노동개혁과 친기업정책에 힘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유럽연합(EU)을 이끌고 있는 독일은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을 맞아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통계청은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3% 증가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0.2%)를 웃돌았다. EU가 이날 발표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평균 3분기 성장률(0.2%)보다 높다. 프랑스의 GDP 증가율은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0.3%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0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프랑스의 GDP 증가율은 1.3%를 기록할 전망이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0.5%)의 두 배를 훨씬 웃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매분기 평균 0.5% 성장하면서 EU 성장을 견인해 온 독일은 상황이 정반대다. 독일은 2분기에 GDP가 0.1% 축소된 데 이어 오는 14일 발표되는 3분기 성장률도 마이너스가 유력시된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3분기에도 독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건 6년 만이다. 로이터통신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프랑스 경제가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독일 경제를 앞지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프랑스의 견조한 성장이 △내수 중심 경제구조 △낮아지는 실업률 △친기업 성장정책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미·중 무역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 대외적 경제 요인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독일 전체 GDP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8%에 달한다.

프랑스는 독일에 비해 내수 의존도가 높다. 프랑스의 전체 GDP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독일(38%)에 비해 낮은 31%다. 마크롱 대통령이 ‘노란 조끼’ 시위대를 설득하기 위해 100억유로의 재정지출을 단행한 것도 내수 증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던 실업도 완화되고 있다. 마크롱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를 목표로 단행한 노동개혁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9.7%에 달하던 실업률은 지난 7월 기준 8.5%로 떨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의 최저치다. 같은 기간 청년 실업률은 23.4%에서 19.2%로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마크롱 대통령이 법인세 감세와 부유세 폐지 등 친기업 성장정책을 일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경제를 부활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버그의 플로리안 헨스 이코노미스트는 “마크롱 대통령의 친성장 정책은 확실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개혁과 친기업 정책이 올 들어 본격적인 효과를 내면서 프랑스 경제는 2022년까지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IMF는 내년 프랑스 GDP 증가율을 올해 전망치(1.3%)보다 높은 1.4%로 예상했다.

프랑스가 앞서나가자 메르켈의 독일 정부도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등 친기업 정책 추진에 나섰다. 법인세 인하는 우선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지역별로 30~33% 수준인 중소기업 법인세 실효세율을 25%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