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비판에…노영민 "결과적으로 조국 인사실패"

입력 2019-11-01 17:11
수정 2019-11-02 01:29

문재인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가장 잘한 일’로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제거한 일”을 꼽았다. ‘가장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조국 논란’을 야기한 청와대 참모들을 향해 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고 사퇴를 촉구했다.

靑 “무거운 책임”, 野 “사과로는 안돼”

노 실장은 1일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실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 출석해 “우리 사회의 만연한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려고 노력했으나 국민 요구는 훨씬 더 높았다”며 “비서실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날 국감은 노 실장의 사과에도 ‘청와대의 책임론’을 놓고 난타전이 이어졌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인사가 잘못된 거 맞냐”고 묻자 노 실장은 “결과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원래 조 장관을 임명했을 때와 달리 그 이후에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됐다는 얘기”라고 부연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송구하다는 표현으로 지나갈 일이 아니다”며 노 실장의 사퇴를 거듭 요구했다.

노 실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 전 장관 지명 전에 대통령 면담을 요청한 적이 없냐는 정점식 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제가 아는 한 그렇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이) 부적격이라는 의견을 전달받은 바 있나’라고 묻자 “받아본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노 실장은 조 전 장관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와 관련해 “윤 총장이 독립적으로 잘하고 있다”며 “검찰이 법과 원칙대로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제도 속에 내재화된 불공정까지 해소해달라는 국민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고 이를 보좌하는 게 참모들에게 주어진 소명”이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여당에서는 되레 조국 논란을 계기로 청와대에 교육문화수석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실장은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문화수석 신설을 요구하자 “지금 청와대가 조직 진단을 검토하고 있다”며 “조직 진단 과정에서 살펴보겠다”고 호응했다.

北 도발에도 “전쟁 위협 제거” 자화자찬

청와대는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도발에도 ‘전쟁 위협 해소’를 문재인 정부 임기 절반의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노 실장은 북한이 문 대통령 모친상에 조의문을 보낸 것과 관련, “조만간 답신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이 있느냐’는 고용진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일단 현재까지는 한·일 간 양자 정상회담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금강산 시설 철거와 관련해 북한이 우리 측의 대면 협상을 거부한 채 서면협상을 고집하고 있는 것에 관해 “우리는 서면협상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북한이 요구하는 것을 수행하기 위해서도 대면 협상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국감 내내 날 선 신경전…결국 파행

국감 내내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온 야당 의원들과 청와대 참모들은 결국 고성과 막말을 쏟아내며 국감을 파행으로 몰고 갔다. 나 원내대표는 밤 10시40분께 “문재인 정권을 보면 예의와 염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세 분 실장의 말을 들으니까 점점 더 확신을 갖게 된다”며 질의를 시작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향해 “(북한 미사일을) 완전히 막을 수 있다고 보나”라고 물었고 정 실장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나 원내대표가 “우기지 좀 마세요”라며 맞받자 강기정 정무수석은 벌떡 일어나 “우기다가 뭐냐”고 소리쳤다. 정양석 한국당 의원은 “건방지기 짝이 없다”고 맞섰고, 오 원내대표 역시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언성을 높이며 국감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강 수석은 “피관기관은 사람도 아닌가. 말씀 조심하라”고 고함을 질렀고, 노 실장도 “언제 국회의원들에게 피감기관을 모욕해도 되는 권한을 줬나”라고 비판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민주당 원내대표인 이인영 운영위원장은 정회를 선언, 한 시간 뒤 속개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청와대와 야당은 국감 내내 아슬아슬한 기 싸움을 벌였다. 노 실장은 한국당이 문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에 빗대 풍자한 동영상을 공개한 것을 두고 “국가원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송언석 한국당 의원은 이호승 경제수석에게 “그런 정신으로 어떻게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겠느냐”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이 수석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 기준 성장률 전망치가 얼마냐’는 질문에 “2.6%로 기억한다”면서도 확신이 서지 않는 듯 확답을 하지 못했다. 이 수석이 머뭇거리자 김상조 정책실장이 대신 답변하기도 했다.

박재원/성상훈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