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주유소 320곳 코람코·현대오일뱅크가 인수

입력 2019-11-01 17:02
수정 2021-10-12 16:48
<p style="margin-bottom:35px; color:#2d50af; font-size:15px; text-align:center">이 기사는 11월 01일 17:02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p>

코람코자산신탁과 현대오일뱅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320여곳 인수전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1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지난달 진행된 직영주유소 입찰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코람코자산신탁에게 직영주유소의 자산 및 영업권을 넘기기로 했다. 코람코는 해당 자산에 대해 약 1조2000억~1조3000억원을 적어내 맥쿼리자산운용 컨소시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 등을 따돌리고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꿰찬 것으로 알려졌다.

코람코 측은 이번에 인수한 주유소 중 영업수익률이 낮은 일부는 주유소 영업을 중단하고 부동산 개발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나머지 주유소에서 나오는 이익을 바탕으로 아시아 최초의 주유소 리츠를 구성해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코람코는 직접 주유소 운영을 하기가 어려운 만큼 앞으로 현대오일뱅크에 해당 주유소들의 운영을 일임할 계획이다. 주유소업계 3위 현대오일뱅크가 간판을 자사 브랜드로 바꿔 달면 경쟁사 GS칼텍스를 제치고 업계 2위로 치고 오르게 된다.

◆현대오일뱅크, 2위 점프
SK네트웍스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에 매물로 나온 320여곳 주유소 중 201곳은 SK네트웍스가 소유권을 갖고 있고, 나머지 120여곳은 SK네트웍스의 브랜드를 빌려 운영되는 임차 주유소들이다.

이번 인수전은 독특하게 재무적 투자자(FI)가 자금을 대서 주유소를 가져가되, 주유소 영업을 할 수 있는 정유사와 짝을 지어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코람코자산신탁은 국내 정유사 현대오일뱅크를 선택했다.

국내 주유소는 오랫동안 1위 SK(SK에너지·SK네트웍스), 2위 GS칼텍스, 3위 현대오일뱅크일, 4위 에쓰오일 점유 구도를 유지해 왔다. 이번에 매각된 주유소 비중(6월말 기준 2.2%)은 작지만 업계에서 이번 매각을 크게 주목했던 이유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폴사인(석유제품 상표표시 고시) 제도가 2008년 폐지됐지만 300개가 넘는 주유소가 한꺼번에 브랜드를 갈아치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현대오일뱅크는 2위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하는 처지였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SK네트웍스는 신사업 자금 마련
SK네트웍스는 2000년 SK에너지판매(현 SK에너지)에서 주유소 운영사업을 넘겨받았다. 그러나 SK에너지에 비해 작은 규모 탓에 SK네트웍스는 주유소 쪽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08년 폴사인(석유제품 상표표시 고시) 제도가 폐지돼 SK이노베이션 기름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희석되고 알뜰주유소 등장 등으로 경쟁이 격화되면서 SK네트웍스 내에서 주유소(MOST) 부문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작년 이 부문의 매출은 1조4000억원을 넘었지만 영업이익은 2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올 상반기 매출도 신통치 않았다.

SK네트웍스는 신사업 위주로 회사를 재편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주유소를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SK네트웍스에게는 ‘계륵’이었지만, 저금리 상황에서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고 있는 부동산·인프라 펀드나 사모펀드, 국내 연기금 등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매물이었다. 코람코자산신탁과 맥쿼리자산운용, 국내 2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까지 입찰에 달려들었다. 향후 10~15년간 큰 부침 없이 이익을 낼 수 있고, 도심 내 알짜 자산은 부동산 개발 이익 등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평가였다.

◆코람코는 ‘주유소 리츠’ 상장 복안
1조2000억~1조3000억원에 이르는 인수 비용은 기본적으로 코람코자산신탁이 댈 예정이다. 코람코자산신탁에게도 상업용 건물이나 할인점, 물류센터 위주로 투자해 왔는데 주유소까지 투자 대상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는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코람코는 이번에 인수하는 주유소 중 직접 SK네트웍스가 소유하고 있으면서 영업수익률이 떨어지는 10여개 주유소를 골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태로 개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주유소는 편의시설, 상업시설 등을 추가해 복합 주유소 형태로 만들어 가치를 높이고, 이를 묶어서 ‘주유소 리츠(REITs·부동산 투자 전문 뮤추얼펀드)’로 만들어 상장시키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성사된다면 아시아 최초가 될 전망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배당을 지급하는 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시도해 볼 만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SK네트웍스와 코람코-현대오일뱅크 컨소시엄은 내년 1분기 중 최종 거래를 완료할 예정이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유소가 여러 곳에 분산돼 있고 코람코와 현대오일뱅크, SK네트웍스가 서로 협의해야 할 사안이 많아 거래 종결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