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한국GM 트래버스, 가속페달 밟는 대로 쭉쭉~단거리 육상선수처럼 민첩

입력 2019-11-01 16:58
수정 2019-11-02 00:37
예상 밖이었다. 육중한 체격을 보곤 둔한 움직임을 상상했다. 가속 페달을 밟자 반전이 일어났다.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단거리 육상 선수 못지않은 민첩함을 뽐냈다. 미식축구 선수도 떠올리게 했다. 지난 9월 한국에 상륙한 트래버스 얘기다.

트래버스는 한국GM이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미국 정통 SUV를 앞세워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한국의 대형 SUV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래버스를 타고 서울 잠실에서 강원 양양까지 고속도로를 달렸다.

첫인상은 압도적이었다. 트래버스는 전장(길이) 5200㎜, 전폭(너비) 2000㎜, 전고(높이) 1785㎜의 차체 크기를 지녔다. 포드자동차의 대형 SUV인 익스플로러보다 전장은 150㎜ 길고, 전고는 10㎜ 높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트래버스는 7인승 모델로 실내 공간도 널찍하다. 성인 남성이 2열 시트에 앉아 다리를 꼬아도 공간이 남았다. 3열 시트의 레그룸(다리를 뻗는 공간)은 850㎜로 대형 SUV 가운데 가장 크다. 트렁크(651L)도 동급 최대 수준이어서 다둥이 아빠들에게 제격인 차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석에 앉아 가속 페달을 밟자 트래버스의 진가가 나타났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밟는 대로 속도가 힘있게 올라갔다. 시속 100㎞가 넘는 고속 주행에서도 SUV 특유의 흔들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트래버스는 3.6L 6기통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하이드라매틱 9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6.8kgf·m의 동력 성능을 낸다. 통상 100㏄당 토크가 1kgf·m를 넘으면 ‘힘이 좋다’고 평가하는데 그 기준을 넘어섰다.

트래버스는 아웃도어를 즐기는 운전자들에게도 적격이다. 견인에 필요한 히든 순정 트레일러 히치 리시버와 커넥터가 기본으로 제공돼 최대 2.2t의 트레일러나 캐러밴을 끌 수 있다. 별도로 차량을 개조할 필요가 없다. 다만 미국 자동차 특유의 투박한 실내 인테리어와 편의사양은 아쉬웠다. 눈높이가 높은 한국 소비자들의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트래버스 가격은 4520만~5522만원이다. 생산지인 미국보다 최대 700만원가량 저렴하게 가격이 책정됐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