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가 자사의 첫 순수전기차 '더 뉴 EQC'를 지난 22일 출시했다. 벤츠의 기존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모델은 많지만 순수전기차로 출시된 것은 더 뉴 EQC가 처음이다.
더 뉴 EQC는 벤츠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상징적으로 구현하는 모델로 지난해 9월 스웨덴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국내에서는 올해 3월 서울 모터쇼를 통해 대중에게 첫 선을 보였다.
더 뉴 EQC로 미래차 시장을 향한 담금질에 들어간 벤츠는 그동안 '성공한 남자의 차량'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었다. 강렬한 엔진음으로 대변되는 벤츠만의 높은 주행 능력이 남심을 자극했던 것이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라는 이름이 두 여성의 이름을 혼합해 만들었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설립자이자 세계 최초로 자동차를 발명한 칼 벤츠(Carl Benz)는 1844년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태어나 공과대학을 졸업한 뒤 1883년 10월 독일 만하임에 '벤츠 앤 씨에(Benz & Cie)'라는 공업 회사를 설립했다. 1885년에는 단기통 4행정 엔진을 만든 다음 작은 차체에 탑재해 2인이 탈 수 있는 이동 수단을 만들었다. 이후 1886년 1월 독일 특허청에 특허번호 '37435'로 등록했고 이 발명품은 세계 최초의 자동차가 됐다.
칼 벤츠의 발명품은 아내 베르타 벤츠(Bertha Benz)가 세계 최초로 장거리 주행에 도전하면서 큰 변곡점을 맞았다. 베르타 벤츠는 1888년 8월 두 아들과 함께 '페이턴트 모터바겐 타입3(Benz Patent-motorwagen Type 3)'를 타고 만하임에서 친정이 있는 포르츠하임까지 180km 왕복 주행에 성공하며 대중들에게 이동 수단으로서의 실용성을 증명했다. '자동차=벤츠'라는 속설에 기틀을 세운 사람은 여성이었던 셈이다.
또 다른 창업자인 고틀립 다임러(Gottlieb Daimler)는 1834년 독일 쇠른도르프에서 태어나 1848년 총기 제작자의 견습공으로 기술을 익히기 시작했고 슈투트가르트 공과대학에서 본격적인 수업을 받았다.
이후 1890년 다임러는 DMG(Daimler Motoren Gesellschaft)라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자동차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때마침 빌헬름 마이바흐(Wilhelm Maybach)가 합류하면서 함께 다임러 엔진을 개발했다. 다임러 엔진은 자동차와 모터모트 등 동력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이동 수단에 쓰였다.
19세기 말 DMG는 마이바흐를 중심으로 당시 자동차의 주 소비층이었던 상류사회 사람들을 겨냥해 고급차 제작에 돌입했다. 그 과정에서 영업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던 딜러 에밀 옐리넥(Emil Jellinek)이 DMG에 합류했다.
동업자가 된 다임러와 옐리넥은 새 자동차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다가 '우아하고 아름다운 강함'이라는 철학을 강조하기 위해 옐리넥의 딸 이름인 '메르세데스'를 1902년에 상표로 등록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독일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자 DMG도 자동차 판매가 크게 줄어 어려움을 겪었다. 1924년 DMG와 벤츠는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하나로 합쳐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고 이것이 메르세데스-벤츠의 초석이 됐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엠블럼은 고틀립 다임러가 육지, 바다 그리고 하늘에서 최고가 되고자 했던 열망을 심벌화한 것으로 세 꼭지의 별은 최고의 품질과 안전, 편안함을 상징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또 한 번 '자동차=벤츠'라는 속설을 증명하기 위해 더 뉴 EQC를 내놓고 두 번째 변곡점을 앞두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품·마케팅 부문 총괄 부사장 마크 레인(Mark Raine)은 "더 뉴 EQC는 미래 모빌리티를 상징하는 차세대 모델"이라며 "모던한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술, 디지털과 커넥티비티, 강력하면서도 효율적인 순수 전기 구동 파워 트레인이 결합해 메르세데스-벤츠만의 철학을 다시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