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가을 태풍…배추·무·당근값 폭등

입력 2019-10-31 17:52
수정 2019-11-01 01:11
세 번의 가을 태풍과 가을장마로 신선식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 출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영향이다. 제주는 농작물 전체 재배 면적 1만7533ha 중 2090ha가 피해를 봤다. 배추 무 등 월동 작물 출하량이 크게 줄었다. 전남·북과 강원도가 태풍 및 침수 피해를 봐 당분간 신선식품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주 무·당근 농사 망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31일 배추 한 포기 가격은 3000원을 넘어섰다. 지난 5년 중 가격이 가장 높은 해와 낮은 해를 제외한 3년 평균(평년 가격)보다 120% 높은 수준이다. 무는 개당 1951원, 당근은 1㎏ 기준 2774원으로 평년 대비 각각 166%, 64% 급등했다.

재배면적 감소에 태풍 피해가 겹쳐 가격이 올랐다. 배추와 무는 매년 가격이 하락하자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해 재배면적이 줄었다. 작년보다 가을배추는 7%, 가을무는 12.3% 재배면적이 감소했다.

대표적 월동 작물인 배추, 무, 당근, 감자 등의 주요 산지인 제주의 태풍 피해가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제주는 12월부터 6개월간 국내 유통되는 무를 공급하는 유일한 산지이기도 하다. 제주의 무밭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침수된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 무의 파종 시기인 9월과 10월에 태풍이 집중 상륙해 큰 피해를 봤다. 제주 구좌읍에서 당근 농사를 짓는 서모씨는 “세 번의 태풍을 못 버티고 올해 농사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강원·전남 지역도 비 피해 후유증

평창과 홍천 등 강원의 고랭지 당근은 한창 자라야 하는 9월 중순 집중호우의 피해를 봤다. 피해가 적었던 대관령에서 출하된 당근이 가격 상승폭을 줄이고 있지만 내년 2~3월께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T 관계자는 “9월 태풍 영향으로 겨울 당근 재배면적은 평년보다 14% 감소했다”고 말했다. 전남도 태풍 링링 등의 영향으로 대파 등이 큰 피해를 봤다. 8월 하순부터 비가 이어지면서 더디게 자랐고, 이어진 태풍으로 무름병 등 병충해가 발생해 가격이 올랐다.

채소와 달리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평년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이후 소비심리가 악화된 돼지고기는 평년보다 약 28% 낮은 ㎏당 2857원을 기록했다. 닭고기도 공급량 증가로 평년보다 3.7% 싼 ㎏당 13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