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美 방위비 요구 어마어마 그 숫자에 연연, 헉헉댈 일 아니다"

입력 2019-10-31 17:07
수정 2019-11-01 01:55
이수혁 신임 주미대사(사진)가 30일(현지시간)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지금 나온 숫자만으로도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현재 연간 10억달러가량을 주한미군 주둔비로 분담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최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50억달러를 요구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 대사는 이날 워싱턴DC의 한국문화원에서 연 특파원간담회에서 미국이 요구한 구체적 수치를 거론하진 않았지만 “우리 입장에선 굉장히 큰 숫자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상황을 거론하며 “증액이 불가피한 것은 인정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다만 “(미국이 얘기하는) 숫자에 연연해하며 헉헉댈 일은 아닌 것 같다”며 “그 숫자가 관철되리라고 아무도 안 믿지 않냐”고 반문했다.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실제 분담액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이 대사는 미국 요구액에 대해 “내년에 그만큼 달라는 것인지, 2년 후에 그만큼 달라는 것인지, 매년 합해서 몇 년 사이에 달라는 것인지 등에 대한 정의가 아직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또 “항목별로 브레이크 다운(세분화)해서 ‘뭐에 몇 억, 뭐에 몇 억’ 이런 식으로 수치가 내려온 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철거를 요구한 이 시점에서 정부가 우리 기업과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역점을 두고 검토하고 있지 않겠느냐”며 “이 단계에서 관광을 하느냐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재개 가능에 대해선 “미국도 남북 경협 문제에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건 없고, 다만 현재 시행 중인 제재 하에서 두 사업을 진행하는 건 아직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견지한다고 본다”고 했다.

미·북 실무협상과 관련해선 “(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 협상에 대해) 당사자들끼리는 결렬이라고 평가하는 것 같지는 않은 느낌”이라며 연말 전에 미·북이 다시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지난 24일 부임한 이 대사는 이날 미 국무부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고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을 면담하는 것으로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