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31일 장중 달러당 1150원 선까지 떨어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내린 데다 추가 인하 기대도 커졌기 때문이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미 Fed 결정에 대해 “한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원70전 내린(원화 가치 상승) 달러당 1163원40전으로 마감했다. 이날 장중 한때 1159원70전까지 떨어지는 등 1160원 선이 깨지기도 했다. 장중 1160원 선이 깨진 것은 지난 7월 1일 이후 넉 달여 만이다.
환율은 미·중 무역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는 등 악재가 겹친 7월부터 오름세를 나타냈다. 8월 13일에는 1222원20전까지 치솟으며 2016년 3월 2일(1227원50전) 후 3년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할 조짐을 보이자 최근까지 꾸준히 내림세를 나타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연 1.75~2.00%에서 연 1.50~1.75%로 0.25%포인트 인하한 것도 환율 낙폭을 키웠다. 제롬 파월 미 Fed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자 달러화 가치가 약세 압력을 받았다.
한은은 이날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과 관련해 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윤 부총재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시장 기대에 부합한다”며 “미국 금리 인하가 세계 경제 성장세를 지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선 “자본 유출 등의 우려가 일부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이번 인하로 한국(연 1.25%)과 미국의 기준금리(연 1.50~1.75%) 역전폭은 기존 0.50~0.75%에서 0.25~0.50%포인트로 좁혀졌다. 하지만 윤 부총재는 “미국의 기준금리 외에 여러 사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추가적 완화 조정은 향후 상황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통화정책의 주안점을 물가 안정에 둬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한 것에 대해서는 “금융 안정도 중요한 만큼 통화정책을 물가 안정에만 중심을 두고 운용해야 한다는 것은 다소 이른 이야기”라고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