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보션푸드 "육즙 살린 '대체육' 맛보면 놀랄 것"

입력 2019-10-31 17:42
수정 2019-11-01 01:17

“대규모 축산업은 환경파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축산업에 사용되는 토지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와 같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15%가량을 차지합니다. 대체 육류 시장의 성장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박형수 디보션푸드 대표가 대체 고기 개발에 뛰어든 이유다.

박 대표는 “세계적으로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대체 고기가 채식주의자뿐 아니라 환경문제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디보션푸드는 소고기 분쇄육과 비슷한 맛과 식감을 가진 식물성 고기를 생산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1년 반 동안 연구개발을 거쳐 올 4월 실제 고기와 비슷한 식물성 고기 개발에 성공했다. 12월엔 식물성 고기 공장을 세워 프랜차이즈 식당 납품도 앞두고 있다.

고기와 비슷한 식감·맛 살려

디보션푸드가 만든 식물성 고기는 실제 고기 맛과 형태는 물론 육즙과 향까지 재현했다. 구우면 겉부터 갈색으로 변하고 고기를 썰면 육즙이 비친다. 과거 식물성 고기를 대표했던 ‘콩 고기’의 푸석한 식감이나 맛과는 전혀 다르다.

박 대표는 “70명을 대상으로 일반 햄버거와 디보션푸드의 식물성 고기를 넣은 햄버거를 비교해달라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며 “참가자 75%가 디보션푸드의 햄버거가 일반 햄버거와 맛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낫다고 응답했다”고 강조했다.

디보션푸드는 고기의 주요 구성요소인 단백질, 육즙, 지방을 각각 식물성 재료로 대체했다. 덜 익은 고기에서 나오는 붉은 육즙은 비트 같은 적색 식물 성분으로 대체하는 식이다. 식물 단백질에 적절한 온도와 압력을 가하는 게 노하우다. 고기향이 나도록 천연첨가물도 넣는다. 인공 첨가물이나 유전자변형 농산물(GMO)은 사용하지 않는다.

박 대표는 미국의 미쉐린 투스타 식당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요리사 출신이다. 식재료 질감을 원하는 대로 바꾸는 요리법인 분자요리를 주로 익혔다. 창업멤버인 이용민 이사 역시 요리사 출신이다.

박 대표는 “대체육을 개발하는 과정에선 인간의 오감에 의존하는 관능검사가 필수”라며 “요리사로 일한 경험이 미세한 맛과 식감의 차이를 잡아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단가 낮추면 육류와 경쟁해볼 만”

대체육을 생산하지만 채식주의자 시장만 공략하는 건 아니다. 육류 생산 과정에서 일어나는 환경파괴를 막고 동물복지에 신경쓰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게 박 대표의 전망이다. 이미 미국에선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 등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대체육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박 대표는 “한국에선 아직 대체육 시장이 성숙하지 못했다고 보고 기업 간 거래(B2B) 시장부터 공략하고 있다”며 “프랜차이즈 업체 두 곳과 계약을 맺었고 식품 대기업으로부터 협업 요청을 받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기에 비해 가격은 아직 비싸다. 디보션푸드는 현재 공장 없이 연구실에서 고기를 소량 생산하고 있다. 식물성 고기 ㎏당 생산단가는 2000원 수준이다. 하지만 12월 공장 설비를 갖추면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 장기적으로는 600원대까지 가격을 낮추는 게 목표다.

박 대표는 “내년 10월에는 지방에 공장을 증설하고 2년 뒤부턴 개인 고객을 겨냥한 상품도 내놓는 게 목표”라며 “채식 식품 시장이 큰 영국 등 유럽 시장에 진출해 브랜드 가치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