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가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을 섭취할 경우 아이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또는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자폐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메드페이지 투데이에 따르면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병원 소아과 전문의 왕샤오빈 교수 연구팀은 출산 여성 996명과 그 자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보스턴 출생 코호트(Boston Birth Cohort)'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조사됐다.
이 아이들은 출생 당시 탯줄에서 혈액 샘플이 채취됐고 그 혈액 속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과 그 대사산물(metabolite)의 수치가 측정됐다. 그 결과 평균 9.8세 이전에 257명이 ADHD, 66명이 ASD, 42명은 ADHD와 ASD 모두 진단을 받았다.
304명은 다른 유형의 발달장애가 발생했고 나머지 327명은 발달상태가 정상이었다. 모든 혈액 샘플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이 검출돼 연구팀은 검출량을 상, 중, 하로 구분하고 ADHD, ASD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혈액 샘플의 아세트아미노펜 수치 상위 그룹이 하위 그룹에 비해 ADHD 진단율이 2.86배, 중위 그룹은 2.2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SD 진단율은 아세트아미노펜 상위 그룹이 하위 그룹보다 3.62배, 중위 그룹은 2.14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세트아미노펜 상위 그룹은 ADHD와 ASD가 함께 진단될 위험도 하위 그룹보다 3.38배 높았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의사협회 저널 - 정신의학(JAMA Psychiatry) 온라인판에도 발표됐다.
그러나 피츠버그대학 메디컬센터 산부인과 전문의 히아그리브 심한 박사는 "이 연구결과는 한계가 있다"면서 "우선 탯줄 혈액의 아세트아미노펜 대사산물 수치는 출산 때만 국한된 것으로 임신 중 다른 때의 수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한 이유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스탠퍼드 대학의 킴포드 미도 신경학 교수는 "ADHD, ASD의 가족력과 유전적 요인이 고려되지 않은 것도 이 연구결과가 지니는 한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 같은 다른 비 처방 약들도 태아에 해로울 수 있는 만큼 아세트아미노펜을 피할 것이 아니라 득과 실을 고려해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 중 복용해도 되는 안전한 진통제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임신 중 복용이 출산한 자녀의 ADHD 또는 자폐증 위험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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