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야놀자의 야심…"글로벌 1위 호스피탈리티 기업 도약"

입력 2019-10-31 16:53
수정 2019-10-31 16:58

여행·레저업계에서 최근 2~3년 새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회사 중 하나는 ‘야놀자’다. 2005년 포털사이트 다음의 온라인 커뮤니티로 시작한 야놀자는 지난해 사업 다각화와 해외시장 진출 등 광폭 행보로 주목받았다. 올 6월에는 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유니콘’ 기업에 등극하며 또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야놀자는 최근 ‘글로벌 호스피탈리티 테크 기업 도약’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내놨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객실관리 자동화 시스템(PMS)으로 글로벌 호스피탈리티(호텔·레스토랑 등 서비스 업종) 시장의 새로운 표준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2017년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야놀자는 올 연말까지 3000억원 대의 역대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외 여행·레저시장에서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토종 기업으로는 드물게 야놀자가 대등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평가다.

글로벌 여가 기업 도약 선언

지난해 3월 야놀자는 글로벌 여가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하며 사업 다각화와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글로벌 R·E·S·T(재충전·오락·숙박·여행) 플랫폼이라는 청사진과 함께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과 손잡았다. 국내에선 레저·액티비티 플랫폼 회사 레저큐를 인수하면서 여가와 레저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여가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013년 설립된 레저큐는 정보기술(IT) 기반의 레저·액티비티 플랫폼 회사로 현재까지 전국 41개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40여 종의 투어패스를 개발했다.

글로벌 OTA와의 협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익스피디아, 부킹닷컴, 아고다, 호스텔월드 등과 제휴를 맺은 데 이어 올 1월에는 세계 최대 규모 여행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와도 손잡았다.

대만의 공유숙박 플랫폼 회사인 아시아요(AsiaYo)와는 서로의 숙박 인벤토리를 교환하는 서비스 제휴를 맺었다. 아시아요는 대만을 비롯해 일본, 태국, 홍콩 등 아시아 60개 도시, 6만여 개 숙소 정보를 보유한 대만 1위의 공유숙박 플랫폼 운영회사다. 회사 설립 이후 줄곧 국내 숙박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던 야놀자는 올 1월 동남아시아와 중국, 일본, 유럽, 미주 등 세계 호텔예약 서비스를 시작했다.

호텔 브랜드 개발, 체인사업으로 확대

국내외 호텔 체인사업 역시 야놀자 사업 모델의 한 축이다. 2011년 호텔 체인사업을 시작한 야놀자는 현재 7개의 호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유니크한 디자인 콘셉트의 ‘에이치에비뉴’,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는 ‘하운드’, 2030 젊은 고객 취향에 맞춘 ‘호텔야자’, 도심형 부티크 호텔 ‘브라운도트’, 높은 가성비가 돋보이는 ‘호텔얌(yam)’, 중소형 스타일리시 호텔 ‘넘버(No.)25’, 지역 특성과 여행객의 취향을 반영한 신개념 호텔 ‘헤이(heyy)’ 등이다. 2014년 전국에 55개이던 야놀자의 브랜드 호텔은 올 연말까지 250여 개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에서 기반을 닦은 호텔사업은 해외로 확대되고 있다. 야놀자는 지난해 1500만달러를 투자한 동남아 이코노미 호텔체인 ‘젠룸스(ZEN rooms)’ 1대 주주로 최근 올라섰다. 2015년 설립된 젠룸스는 동남아 1위의 호텔체인 및 예약 플랫폼 회사다. 싱가포르와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 1000여 개가 넘는 객실을 보유한 젠룸스는 야놀자 투자 이후 400%가 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김종윤 야놀자 온라인 및 사업전략 부문 대표는 “호텔 체인사업은 안정되고 차별화된 숙박시설을 확보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직영 호텔은 새롭게 개발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적용하는 ‘테스트베드’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세계 1위 객실관리 자동화 시스템 기업 등극

숙박 및 레저·액티비티 예약, 체인호텔 운영 등 그동안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에 머물던 야놀자는 올해부터 B2B(기업 간 거래)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이다. B2B 사업 확장을 통해 글로벌 여가 플랫폼에 이은 글로벌 호스피탈리티 테크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야놀자의 B2B 사업은 지난해 8월 국내 최대 숙박비품 유통회사 한국물자조달을 인수하면서 본격화했다. 숙박비품 쇼핑몰 ‘비품넷’을 통해 5만여 개 호텔에 비품을 공급하는 한국물자조달은 취급 상품 수가 무려 1만여 개에 달한다.

올 2월에는 객실관리 자동화 시스템(PMS)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회사 가람정보시스템과 씨리얼을 인수했다. 9월에는 국내는 물론 중동과 동남아, 북미 등 160개 국가, 1만3000여 개 호텔에 객실관리 시스템을 제공하는 세계 2위 이지(eZee)테크노시스(인도)를 품에 안았다. 이들 회사는 전등제어 및 객실상태 관리뿐만 아니라 온라인 예약 연동을 통해 호텔운영 자동화와 무인 운영 솔루션을 제공한다. 야놀자는 올 한 해에만 가람과 씨리얼, 이지테크노시스 등 세 개 회사를 인수하면서 단숨에 2만1000여 개의 호텔·리조트를 고객사로 둔 세계 1위 클라우드 기반 PMS 기업에 등극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