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내년 총선을 위한 인재 영입 계획이 초반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황 대표가 ‘1호 인재’로 꼽은 박찬주 예비역 육군 대장을 두고 당 최고위원들이 일제히 반발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황 대표는 31일 발표할 예정인 영입 인재 명단에서 박 전 대장을 제외했다.
‘박찬주 영입’ 놓고 내부 진통
박맹우 한국당 사무총장은 “31일 발표하는 인재 영입 명단에서 박 전 대장을 제외하기로 했다”며 “박 전 대장은 다음에 모실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이어 “박 전 대장은 문재인 정부 ‘적폐몰이’의 대표적 희생자이고, 평생 군인으로 산 훌륭한 분임에도 오해가 쌓여 있다”며 “제대로 평가될 때까지 시간을 갖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조경태 정미경 김순례 김광림 신보라 한국당 최고위원은 박 사무총장을 만나 ‘공관병 갑질’ 논란 당사자인 박 전 대장은 영입 인사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조 최고위원은 회동 직후 “20~30대 젊은 청년의 공감까지 고려해야 하지 않느냐”며 “(발표 행사를) 연기하는 데 공감하는 최고위원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장은 2017년 공관병에게 각종 허드렛일을 시켰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불명예 제대했다. 그는 공관병 가혹 행위 의혹에 대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 ‘표적 수사’ 피해자인 박 전 대장에게 ‘1호 인재’라는 상징성을 부여하고, 그를 대여(對與) 투쟁 동력으로 삼으려는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황 대표 측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당 안팎에서 나온 박 전 대장 영입의 적절성 논란에 대해 “당에 기여하겠다는 사람을 두고 광범위한 논의를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당 최고위원들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자 황 대표도 영입 생각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선 이번 일로 황 대표 리더십에 작지 않은 손상이 갔다는 지적도 나왔다.
‘反文 인사’ 대거 기용
한국당은 31일 박 전 대장을 뺀 8명의 영입 인재를 발표한다. 경제 분야에서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강하게 비판해 온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가 대표 영입 인사로 꼽힌다. 탈(脫)원전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낸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플랜트 EPC(설계·구매·시공)BG 부사장과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도 포함됐다. 김 전 부사장은 지난 8월 퇴사하면서 임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탈원전 정책의 모순을 지적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정보기술)금융경영학부 교수와 윤봉길 의사 장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도 영입 대상에 올랐다. 청년 후보로는 시민단체 청년이여는미래의 백경훈 대표와 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인 장수영 정원에이스와이 대표가 꼽혔다. 김 교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과 한국연금학회 회장을 지낸 연금 전문가다. 백 대표는 8월 한국당이 서울 광화문에서 연 정부 규탄 집회 연단에 올랐다가 한 방송사 앵커로부터 ‘수꼴(수구 꼴통)’이란 비난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MBC 보도본부장 등을 지낸 이진숙 씨도 영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당은 이번에 영입할 인재를 내년 총선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정책 전문성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당의 경제·안보 정책 비전인 ‘민부론’과 ‘민평론’을 뒷받침할 인재들이 가세하면 내년 총선에서 정부·여당보다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한국당의 이번 인재 영입이 청년층과 중도층으로 당 외연을 확장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보수 성향 인사로만 채워져 있어 중도·무당층 표심을 사로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유능한 벤처사업가 등 탈이념 성향의 인재를 모셔야 한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