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단장한 ‘서울핀테크랩’이 금융중심지 여의도에 둥지를 틀었다.
서울핀테크랩이 지난해 마포창업허브에 처음 들어선 지 1년 만에 7배(입주기업 임직원 수 기준)로 성장한 규모다. 입주 핀테크 스타트업에게는 운영기관인 케이액셀러레이터와 서울시의 각종 인프라·네트워크를 제공한다. 규제당국·특허 지원 및 멘토링 등 투자 유치, 해외 진출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제반 기능을 한데 모았다.
지난 29일 위워크 여의도역점에서 열린 ‘서울핀테크랩 개관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핀테크랩을 아시아 최고 핀테크 중심지로 만들겠다. 국내 핀테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활성화하고, 해외 핀테크 기업도 많이 입주시켜 글로벌 핀테크 사업화 거점기지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한국이 3차까진 따라가는 입장이었지만 4차 산업혁명부터는 이끌어가야 하지 않겠나.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핀테크가 있다”면서 “핀테크 기술은 현금 없는 사회, 새로운 신용의 미래를 만들어낼 것이다. 서울시도 이미 (핀테크 집중 투자를)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작년 14개 입주기업, 임직원 85명으로 시작한 서울핀테크랩은 이번에 확대 개편하면서 70개 입주기업, 임직원 600여명으로 눈에 띄게 성장했다. 입주기업 숫자로도 5배 늘어난 수치. 싱가포르(7곳) 미국(6곳) 캐나다(3곳) 홍콩(2곳) 등 해외 핀테크 기업 비중 또한 34%에 달한다.
소재문 케이액셀러레이터 대표는 “금융감독원 등 규제당국과 핀테크 시장 참여자, 시장을 지원하는 인프라가 한 곳에 모인 게 서울핀테크랩의 특장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등록 핀테크 기업이 400여개인데 서울핀테크랩에만 70개사가 입주했다”며 “40년간 핀테크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코스콤의 운영 노하우로 아시아를 아우르는 핀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을 길러내는 게 목표”라고 소개했다.
코스콤이 설립한 케이액셀러레이터는 2015년부터 핀테크 스타트업을 지원·육성하고 있다. 새 단장한 서울핀테크랩에는 △중국 금융기관과 로보어드바이저 공급 업무협약을 체결한 ‘쿼터백테크놀로지스’ △18개국 111개 해외 기관투자사가 이용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리포트 발간사 ‘지속가능발전소’ △올해 매출 10억원을 달성한 ‘데이터유니버스’ 등이 입주했다.
숫자만 앞세운 건 아니다. 스타트업들이 애로사항 없이 본질적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끔 여러 지원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박 시장이 “특허청과 금감원이 서울핀테크랩에 현장상담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자 입주기업 대표들의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천세창 특허청 차장은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 노키아는 스마트폰 특허를 가장 먼저 냈지만 활용을 못해 사업화에 뒤처지는 우(愚)를 범했다. 서울핀테크랩 입주기업들은 시장과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통찰)를 갖고 전세계 4억2000만건의 특허 빅데이터를 적절히 활용해 4차산업 승자가 되길 기원한다”고 조언했다.
입주기업 위닝아이의 정우영 대표는 “서울핀테크랩이 핀테크 기업들의 성지, 요람,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양한 재정지원과 미래지향적 정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훈 금융위원회 상임위원도 “여의도에 자리한 서울핀테크랩이 런던의 세계 최대 핀테크 클러스터 ‘레벨39’처럼 핀테크 유니콘을 여럿 키워낼 수 있도록 금융혁신 인프라와 생태계를 조성해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케이액셀러레이터는 서울핀테크랩뿐 아니라 다음달 중국 상하이·하얼빈의 유력 액셀러레이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교차 투자에 나선다. 소재문 대표는 “우리의 탄탄한 금융 인프라와 숙련 인력으로 국내 핀테크 기업들 글로벌화를 돕고 ‘K-핀’을 알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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