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1차 인재영입 명단을 확정했다. 그러나 “예상됐던 정도의 인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새 인물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당의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30일 한국당 인재영입 대상에 포함된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미 한국당과 인연이 깊다. 지난 2017년 홍준표 대표 시절 당 혁신위원을 맡았다. 황 대표 체제에서도 민부론의 모태가 된 ‘2020경제대전환위원회’에도 참여했다.
명단에 오른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역시 경제대전환위원회에 참여한 인물이다.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을 지냈다.
안병길 전 한국신문협회 부회장은 배우자가 지난 지방선거 때 한국당 공천을 받아 부산 해운대구 광역의원에 출마했다. 부산일보 사장이었던 안 전 부회장은 배우자에 대한 홍보를 부탁하는 문자 메시지를 뿌려 ‘불법 선거’ 논란에 휘말렸다.
역시 인재영입 대상에 포함된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는 이미 한국당 청년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다. 한국당 ‘저스티스리그’ 이사회 이사위원이기도 하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국당 주최 토론회 등의 발제를 도맡으며 한국당과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이진숙 전 MBC 보도본부 본부장, 장수영 정원에이스와이 대표 등도 지난 총선 때 한국당 영입물망에 올랐던 인물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이미지를 쇄신할 신선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신규 영입 인사라곤 하지만 사실상 한국당 풀 안에 있던 ‘고인 물’ 인사”라며 “황교안 대표의 생각이 반영된 명단이 아니라 한국당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주워모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새 인물을 영입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접촉하고 있지만 영입 설득이 쉽지 않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지율이 30% 안팎에 머물고 있는 있는 상황에서 청년과 중도층을 사로잡을 인물을 당에 데려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의원은 “하도 새 인물을 데려오라고 해서 스타트업 대표 등을 매번 만나고는 있지만 우리가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진보 진영은 시민사회가 튼튼해서 선거 때 떨어지더라도 품어줄 공간이 있지만 보수 진영은 떨어지면 끝이라는 게 문제”라며 “어떻게 유망한 청년들을 우리 당으로 오라고 설득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인재 영입을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의원은 “우리 당 인재영입이라는 게 체계가 있는 게 아니라 보좌진들이 인물 리스트를 다 끌어모아서 무작위로 컨택하는 수준”이라며 “그물을 쳐서 뭐 하나 걸려라는 방식이 아니라 핵심 타깃을 정해 설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