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역사 강의·국과수 견학…"현장체험으로 상상력 키워요"

입력 2019-10-30 17:46
수정 2019-10-31 02:05

“왕이 선원전에 온다는 건 중요한 사건이 벌어진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큰 결정을 하기 전 조상의 초상화를 모신 이곳에 와 조상들과 마음의 대화를 했죠. 영조도 사도세자를 죽이기 전 이곳에 왔어요.”

지난 25일 서울 종로 창덕궁 안. 신명호 부경대 사학과 교수가 CJ ENM의 ‘오펜’에서 교육받고 있는 신인 작가 40여 명을 대상으로 ‘현장 특강’을 했다. 신 교수는 이들과 함께 창덕궁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극을 집필할 때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설명했다. 각 공간에서 벌어진 주요 사건과 인물뿐 아니라 “후궁이 되면 가장 좋은 점은 어마어마한 부를 쌓을 수 있는 것” 등 일반인이 쉽게 알 수 없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전했다. 작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수첩에 열심히 받아 적었다. 박바라 드라마 작가는 “사극을 준비하고 있는데 관련 정보를 책이나 인터넷으로 찾을 수밖에 없었다”며 “직접 궁에 와서 전문가 강의를 들으니 혼자 준비할 때와 보이는 것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CJ ENM이 신인 작가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드라마·영화 창작 생태계 활성화와 신인 작가 데뷔를 지원하는 사회공헌사업 ‘오펜’을 통해서다. CJ ENM은 2017년부터 내년까지 오펜에 총 200억원을 투자해 신인 드라마·영화 작가를 발굴하고 데뷔를 지원한다. 지금까지 드라마 작가 64명, 영화 작가 30명을 선발했다. 이들이 국내 제작사와 맺은 드라마 계약은 26건, 영화 계약은 5건이다. 오펜 작가들이 쓴 단막극 30편도 tvN ‘드라마 스테이지’를 통해 방영된다. CJ ENM 관계자는 “미디어 플랫폼이 다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결국 중요한 건 콘텐츠”라며 “신인 창작자 육성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많이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오펜은 2017년부터 매년 공모를 통해 선발한 신인 작가들을 위해 다양한 물적 지원을 제공한다. 드라마 작가에겐 한 명당 500만원, 영화 작가에겐 1000만원의 창작 지원금을 준다. 개인 집필실도 마련해준다. 기성 작가와 PD들이 멘토로 참여한다. 교도소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개인적으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작가들을 데리고 가 취재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김현탁 영화 작가는 “혼자 집필하는 것에서 나아가 전문가들에게 글을 보여주고 직접 제작도 할 수 있다”며 “다양한 기회를 제공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기성 작가와의 드라마 공동 집필도 잇달아 성사됐다. 신하은 작가는 tvN ‘왕이 된 남자’, 장아미 작가는 SBS ‘절대그이’, 이아연 작가는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 등을 기성 작가와 함께 썼다. 단독 집필로 데뷔하는 작가도 나왔다. 오는 12월부터 방영되는 tvN 드라마 ‘블랙독’은 박주연 작가의 단독 집필작이다. CJ ENM 관계자는 “단막극 등 소외된 장르부터 웹드라마와 같은 실험적인 소재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룰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신인 작가 육성을 위해 투자와 지원을 늘려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