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업체 노사의 임금교섭 주기를 기존 1년에서 3~4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금교섭 때마다 툭 하면 노동조합 파업이 벌어져 한국 자동차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30일 서울 서초동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자동차 선진국과의 노사관계 비교평가’를 주제로 제6회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을 열었다. 발표자로 나선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조사연구실장(이사)은 “국내 완성차업계의 임금교섭 주기는 1년, 단체교섭 주기는 2년”이라며 “매년 노조 집행부의 투쟁 수단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교섭 과정에서 벌어지는 노조 파업이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해외 노사 관계를 예로 들며 “국내 자동차업계에선 매년 파업이 발생하고 있지만 일본 도요타자동차 노사는 1962년부터 무분규 교섭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폭스바겐도 2000년 이후 총 파업시간이 4시간30분에 불과하고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2007년 이틀간, 2019년 40일간 파업했다.
경직된 임금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자동차업계는 성과와 연관이 없는 호봉제를 운영하기 때문에 매년 협상 과정에서 성과급 투쟁이 발생한다”며 “정치적인 노동운동이 자동차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도요타, 폭스바겐, GM 등은 직능 혹은 직무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포럼 참석자들은 노조가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줄 것을 주문했다. 르노삼성자동차와 수출 물량을 놓고 경쟁하는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 사례도 소개됐다. 이 공장은 2000년대 중반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생산이 급감했지만 2009년 노조가 임금 동결 및 초과근로수당 양보를 결단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사측은 고용 유지를 약속했고, 생산성이 높아지자 르노 본사는 새 물량을 투입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