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百 "두타면세점 자리에 2호점 추진…고용승계 검토"

입력 2019-10-29 17:27
수정 2019-10-30 02:17
현대백화점그룹은 작년 11월 면세점 사업에 진출했다.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일부를 면세점으로 바꿨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면세점 강자들이 버티고 있는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1년이 지났다. 업계에선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년간 매출은 약 6300억원. 당초 목표(5500억원)를 초과 달성했다. 면세점의 핵심 콘텐츠인 명품 브랜드도 대거 유치했다. 구찌, 버버리, 페라가모 등을 입점시켰다. 연내 셀린느와 프라다도 영업을 시작한다. 내년 매출 목표는 1조원이다.

신규 특허 취득 나선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두산이 29일 반납하기로 한 동대문 두타면세점 사업을 이어받아 영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기존 두타면세점 사업장의 간판을 바꿔 ‘2호 면세점’을 열겠다는 것이다. 두산은 최근 현대백화점 측에 사업지 승계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부진으로 사업을 접기로 한 두산과 면세점 사업을 확장해야 할 현대백화점이 ‘통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면세점 특허는 관세청이 입찰을 받아 특허심사위원회를 거쳐 내준다. 기존 사업자가 면세점 특허권을 제3자에게 매각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다음달 서울 시내면세점 3곳에 대한 신규 입찰에서 두타면세점 자리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겠다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이 추진되면 특허 취득 가능성이 높다고 면세점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기존 두타면세점 입점 브랜드와 판매 직원 등을 승계할 경우 심사에서 상당한 ‘가점’을 받을 수 있다. 현재로선 새로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후보 기업이 거의 없는 것도 현대백화점면세점엔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한화 두산 등 기존 면세사업자들이 잇따라 특허를 반납하는 상황에서 신규 사업자가 새로 진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2030 선호하는 브랜드로 차별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두타면세점을 승계하면 서울 강북에 추가 거점이 생긴다. 두타면세점 인근의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기존 무역센터면세점은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으로, 두타면세점 자리는 20~30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로 차별화하면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브랜드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 사업장이 더 늘어나면 더 많은 상품을 좋은 조건에 매입할 수 있다.

강북에 면세점을 추가로 열면 서울 명동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 공략에도 유리하다. 명동에서 동대문은 멀지 않은 거리다. 소공동 롯데면세점, 장충동 신라면세점, 명동 신세계면세점에 이어 현대백화점면세점이 하나의 벨트로 연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두산은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 겪어

수십 년간 유통업을 해온 현대백화점그룹과 달리 두산은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상품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게 사업을 접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는 평가다.

두산은 2016년 5월 면세점 사업을 시작한 뒤 주요 브랜드를 거의 유치하지 못했다.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이른바 ‘3대 명품’도 들이지 못했다.

두타면세점은 심야 영업, 동대문 상인들과 협업 등으로 상대적으로 취약한 입점 브랜드 파워를 대신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상황을 반전시키기엔 힘이 부쳤다. 비슷한 시기 면세점을 시작한 신세계는 지난해 2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두타면세점 매출은 6000억원대에 그쳤다. 올해는 대규모 영업손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