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TV쇼핑은 지난 25일 오뚜기와 협업해 ‘반반한라면’을 내놨다. 이름대로 일반 봉지라면의 절반 크기다. 가격은 싸지 않다. 일반 봉지라면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두 회사가 이런 가성비 떨어지는 상품을 내놓은 이유는 원하는 대로 라면을 섞어 먹는 ‘꿀조합’ 트렌드 때문이다. 이 트렌드에 올라타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 예상은 맞았다. 자체 TV채널과 온라인몰에만 내놨는데도 출시 3일 만에 1만1000여 봉지가 팔렸다.
오뚜기 끌어들인 t커머스
신세계TV쇼핑이 기획한 ‘반반한라면’은 60g 분량의 미니 사이즈가 특징이다. 일반 라면의 절반 수준. 라면 한 개가 많은 어린이나 여성, 또는 라면 한 개가 부족해 ‘곱빼기’를 추가해 먹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이런 사이즈를 택했다. 종류는 치즈맛과 김치맛 두 가지. 서로 섞어 먹거나 다른 라면과 섞어 양을 조절해 조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품은 신세계TV쇼핑의 PD가 기획했다. 보통 상품기획자(MD)가 제품을 구상하고 개발하는 것과 달리, 영상 촬영을 담당하는 임성신 PD가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임 PD는 ‘라면 덕후’다. 결혼 전 자취 생활 11년간 수많은 끼니를 라면으로 때웠다. 스스로 다양한 방식으로 라면을 조리했다. 우유팩에 라면을 조리하는 ‘우유팩 라면’으로 특허를 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에는 라면 한 봉지를 다 먹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제품을 개발했다. 임 PD는 “국물에 밥을 곁들여도 양이 넘치지 않도록 면발 분량을 절반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신세계TV쇼핑은 임 PD의 아이디어를 오뚜기에 제안했다. 오뚜기도 색다른 제품을 구상하고 있던 때였다. 두 회사 개발자들은 10개월간 샘플을 만들고 제품을 개선했다. 김치맛은 신맛을 줄이는 대신 매운맛을 더했고, 치즈는 치즈 특유의 맛과 향을 강하게 담았다. 면발은 절반 분량이지만 스프 및 프레이크 분말의 양은 줄이지 않았다. 김치맛 제품엔 분말이 두 봉지, 치즈맛에는 총 세 봉지가 들어간다.
일반 라면 가격의 두 배
반반한라면은 일반 봉지라면(120g)과 단순히 용량으로만 비교했을 때 가격이 약 두 배다. ‘프리미엄’ 라면으로 화제를 모았던 농심 ‘신라면 블랙’, 오뚜기 ‘굴진짬뽕’과 비슷한 수준이다.
신세계TV쇼핑은 비싸도 라면시장에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젊은이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우선 봉지 디자인을 차별화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 ‘유미의 세포’ 캐릭터를 패키지에 그려넣었다. 웹툰 팬덤이 두터운 만큼 고가라도 찾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
‘먹방’ 유튜버와의 협업에도 공을 들였다. 50만여 명의 팔로어가 있는 먹방 유튜버 ‘맛상무’와 함께 제품 리뷰 영상을 올렸다. 신세계TV쇼핑 공식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도 제품을 활용해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독자적인 라면 레시피 영상을 찍어서 공개했다.
개성 있는 라면을 앞으로도 계속 내놓을 계획이다. 신세계TV쇼핑 관계자는 “김치맛이나 치즈맛처럼 대중적인 맛을 넘어 절반 분량의 짬뽕과 짜장도 개발할 예정”이라며 “개성 있는 식품 자체상표(PB) 제품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겠다”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