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제 장애인 황태작업장 4주 상주하며 혁신…생산성 440% 향상 '매직'

입력 2019-10-29 17:03
수정 2019-10-30 01:12
강원 인제에 있는 인제군장애인보호작업장은 중증 장애인 12명과 사회복지사들이 지역 특산물인 황태를 가공해 판매하는 곳이다. 장애인들이 직접 일하면서 경제적 자립은 물론 사회생활까지 배울 수 있다.

문제는 직원들의 생산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었다. 시설을 운영하는 고미선 원장이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의 문을 두드린 이유다. 매출을 늘려 직원들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지난해 11월부터 삼성의 전문가 세 명이 투입됐다. 작업장에 상주하며 4주간 공정 혁신 작업을 했다. 이들은 몸이 불편한 직원들에게 맞는 기계를 개발했다. 중증 장애인이라도 쉽게 타발작업을 할 수 있도록 황태 꼬리를 레일에 끼우기만 하면 양쪽에 있는 프레스가 황태를 자동으로 압축하는 방식이다. 이 덕분에 기존 수동 타발기와 달리 프레스로 황태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

직원들이 황태를 쉽게 옮길 수 있도록 각종 카트도 제작했다. 생산 수치를 한눈에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치했다. 그 결과 작업장의 생산성은 440%나 올라갔다. 불량률은 74% 낮아졌다. 고 원장은 “다른 컨설팅업체의 도움도 받아봤지만, 이렇게 현장에 상주하며 도움을 주는 경우는 없었다”며 “낯을 가리던 직원들도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각종 장비를 제작하는 삼성 직원들의 모습을 보고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갔다”고 말했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삼성전자는 지속적으로 사후 관리를 했다. 지난 5월 황태에 물을 먹이는 ‘습윤 작업’을 자동화하는 장비를 개발해 선물했다. 명절에는 삼성전자의 사내 직거래 장터에 입점하도록 도왔다. 2017년 8000만원이었던 이곳의 매출은 지난해 1억3000만원으로 늘었다. 올 설과 추석에 명절 보너스도 지급했다. 고 원장은 삼성전자에 보낸 편지에서 “대기업이 자사 제조 노하우를 무기로 중소기업의 제조 역량을 높이고, 나아가 사회에 공헌하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썼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