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은 ‘크다’였다. 그다음은 ‘단단하다’, ‘힘이 넘친다’였다. 볼보의 가장 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90 얘기다. 볼보는 최근 XC90 2세대 부분변경 모델을 내놨다. 기존 모델에서 디자인을 바꾸고 디테일한 성능을 추가해 상품성을 강화했다.
XC90은 볼보 브랜드 차량 중 최상위급 모델이다. 전장(차체 길이)은 4950㎜, 전폭(차체 폭)은 1960㎜다. 전고(차체 높이)는 1770㎜이며, 휠베이스(앞뒤 바퀴축 사이 간격)는 2984㎜다.
차에 올라타기 전 외양을 둘러봤다. 전 모델과 가장 달라진 것은 전면부 디자인이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 크기를 키웠다. 존재감을 드러내고 강인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다. 그릴 내부 수직 디자인은 곡선 형태로 바꿨다. 라디에이터 가운데 있는 볼보 브랜드 마크(엠블럼)는 3차원 형태로 바꿨다. 전면 카메라와 통합해 설계했다. 후면부를 보면 볼보 특유의 흘러내리는 듯한 리어램프(후미등)가 눈에 띈다. 앞모습은 강인하고 옆모습과 뒷모습은 단정하다.
차량 내부 디자인은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직선으로 뻗은 대시보드 등 곳곳을 나뭇결이 살아 있는 소재로 마감했다. 바느질 선이 보이는 스티치 마감도 세련됨을 더한다. 앞좌석 한가운데는 9인치 터치스크린이 자리잡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처럼 직관적으로 구성됐다. 이 터치스크린으로 차량 내부 상태 대부분을 조절할 수 있다. 차량 내 온도와 통풍 여부, 전방표시장치(HUD), 주차 보조장치, 코너링 조명 등이 조작 대상이다. 내비게이션은 국내에서 이용하기 다소 불편하다.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장소가 많고 도로 사정을 상세하게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에어 서브우퍼와 트위터, 총 19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바워스&윌킨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도 탑재됐다. 구역별로 온도를 달리할 수도 있다.
내부 공간은 넓다. 3열 시트를 세워도 적재 공간은 충분했다. 3열까지 사용해도 유모차를 실을 수 있을 정도다. 3열 좌석에 앉아도 큰 불편함은 없었다. 3열에도 별도 냉난방 시스템과 팔걸이, 컵 받침대 등이 있다. 조만간 4인승 모델도 나온다. 4인승 모델은 항공기 1등석을 연상시킬 정도라는 게 볼보 관계자의 설명이다. 좌석 다리 지지대의 기울기와 길이를 변경할 수 있고, 마사지 및 열선·통풍 기능도 있다. 개인별 터치스크린을 통해 이런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차체가 크다 보니 첫 움직임은 무거웠다. 디젤 차량 특유의 소리와 진동도 느껴졌다. 하지만 도로로 나가 본격적으로 주행하자 무겁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보다 빠르게 가속돼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전반적인 승차감은 역동적이기보다는 안정적이었다. 자동차전용도로로 나가 속도를 높여도 움직임은 부드러웠다. 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을 꾹 밟으니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주행성능에 집중한 차량과 비교해도 될 정도로 힘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XC90에는 다양한 안전 기능이 탑재됐다. 자동 제동 기능과 충돌 회피 시스템을 결합해 차는 물론 자전거 주행자 등과 충돌을 예방하는 ‘시티 세이프티’ 기능이 대표적이다. 도심 주행을 많이 하는 운전자가 겪을 수 있는 돌발상황을 대비하는 기능이다. 도로 이탈 완화기능과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기능,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등도 장착됐다.
도로 상황 및 선호에 따라 에코, 컴포트, 다이내믹, 오프로드, 개인 등 총 다섯 가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신형 XC90 가격은 8030만~1억3780만원이다. 업계 최고 수준인 5년 또는 10만㎞ 무상 보증과 소모품 교환 서비스도 제공한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