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민족의 초대 왕 사울은 권세가 강해지면서 점차 폭군으로 변해간다. 블레셋 장수 골리앗을 죽인 다윗의 덕망이 백성들 사이에 점점 높아지자 사울은 극한 열등감에 사로잡힌다. 다윗을 죽이려고 여러 번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그는 폭정에 항의하는 사제를 죽이고, 가족까지 학살한다. 결국 블레셋군과의 길보아 대전투에서 사울은 자결하고, 마침내 다윗은 이스라엘의 2대 왕에 오른다.
러시아 출신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은 1974년에 ‘사울 앞에서 하프를 연주하는 다윗’이란 제목으로 두 사람의 인연과 관계를 형상화했다. 사탄에 들린 사울왕이 다윗의 하프 소리를 듣고 있는 모습을 작가 특유의 초현실주의적인 미감으로 잡아냈다. 다윗이 하프를 연주하면 사울을 괴롭히던 악신이 떠났다고 한다. 사울은 민심의 이반에 신경이 쏠려 스트레스가 극한에 이른 참이었다. 다윗은 이런 사울의 위기감을 기쁨과 슬픔, 황혼의 찬가를 담은 연주로 치유했다. 유대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무척 강했던 샤갈이 강렬한 색채로 소리의 세계를 시각화한 것도 이채롭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