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82승이라도 차원이 다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3·미국)가 28일 일본 조조챔피언십에서 샘 스니드(미국·2002년 타계)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최다승 기록(82승)과 어깨를 나란히 한 데 대해 많은 골프인이 앞다퉈 내놓은 평이다. 미국 골프계는 우즈가 스니드의 최다승을 일찌감치 넘어섰다고 본다. ‘비교가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숫자만 같을 뿐 ‘질’적으로 완벽히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우즈가 82승을 달성하기 전 “스니드가 주장한 우승 셈법대로라면 우즈는 이미 82승을 넘기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적었다. 우즈는 데뷔 해인 1996년 첫승을 거둔 이후 23년 만에 82승을 달성했다. 29년 걸린 스니드보다 일단 6년이 빠르다. 스니드는 1936년 첫승을 거둔 뒤 1965년 82승째를 수확했다.
또 다른 이유는 대회 규모다. 스니드의 82승 중 3승은 36홀 대회에서 나왔다. 18홀짜리 대회도 1개 포함됐다. 지금의 PGA투어는 54홀 경기부터 공식 인정한다. 출전 선수 규모도 다르다. 5승을 거둔 팜비치라운드로빈대회 중 4개 대회 출전 선수는 15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한 개 대회 출전 선수는 14명이다. 또 메이저대회에서 우즈는 스니드(7회)보다 2배 많은 15승을 기록했다.
스니드가 실제 프로무대에서 거둔 승수는 100승이 넘는다. 하지만 PGA투어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에서 1968년 독립한 이후 스니드의 우승 횟수를 얼마나 인정할지 고민했다. PGA투어는 골프 역사가들과 함께 사료를 뒤지고 대회 규모 등의 기준을 정한 뒤 스니드의 공식 우승 횟수를 처음에는 84승으로 잡았다. 이후 81승으로 낮췄다가 82승으로 재조정해 지금의 숫자가 나왔다.
당시 스니드 측은 89승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식 대회로 인정받지 못한 대회를 제외하면 스니드의 ‘실제 우승’은 70승을 조금 넘는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이 같은 논쟁은 우즈가 83승째를 기록하는 순간 무의미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기량이라면 최다승 기록 경신은 시간문제라는 게 골프계의 기대다. 우즈는 “나는 여전히 골프 코스에서 경기하는 법을 알고 그것을 보여줬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회가 끝난 뒤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우즈는 7.21점을 기록해 지난주 10위에서 6위로 네 계단 상승했다. PGA투어 역대 최다승 경신은 물론 세계랭킹 1위 탈환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그는 1986년 남자골프 세계랭킹이 산정된 이후 683주 동안 세계랭킹 1위에 머물러 역대 최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부문 역대 2위 ‘백상어’ 그레그 노먼(331주·64·호주)에 두 배 이상 긴 기간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