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좋다] 합포문화동인회, '깨어서 배우고 나누자'…강연 등불 이어온 비결

입력 2019-10-28 18:33
수정 2019-10-29 03:32
“‘배우고, 깨어 있고, 이를 시민과 나누자’는 초심을 지킨 게 합포문화동인회가 지속된 비결이죠.”


합포문화동인회는 1977년 마산 출신인 노산 이은상이 제안해 만든 사랑방 강좌로 시작했다. 1970년대 산업화 시기에 정신문화 동반 발전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민족문화협회 마산지부로 시작해 1983년 합포문화동인회로 이름을 바꿨다. 매달 열리는 합포문화강좌는 최근 500회를 돌파해 화제를 모았다.

대표 프로그램인 합포문화강좌는 매달 두 번째 목요일 오후 7시15분부터 창원시 3·15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회원은 물론 시민들도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매회 100명가량의 인원이 참석한다. 인문학을 포함해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지방에서 열리는 강좌지만 국내 유명 강사들을 초청한다. 정운찬 전 총리(한국야구위원회 총재), 소설가 김훈·이문열, 배우 최불암 씨 등이 연단에 섰다.

지난 9월 26일에는 경남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이태수 서울대 철학과 명예교수를 초청해 ‘정의로운 사람, 정의로운 나라’를 주제로 500회 강연을 열기도 했다. 강재현 합포문화동인회 이사장은 “지난 42년간 국내외 최고의 석학을 모시고 매달 강연의 등불을 한 번도 끈 적 없이 이어왔다는 사실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남 지역을 대표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충경 경남스틸 회장, 최위승 무학 명예회장, 강태룡 센트랄 회장, 강정묵 전 창신대 총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42년간 이어진 만큼 부자(父子) 회원도 눈에 띈다. 강 이사장은 “최석우 경남스틸 대표는 물론 저도 돌아가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회원이 됐다”며 “30대부터 80대까지 회원 연령도 다양한 편”이라고 말했다.

회원 간 네트워크 활동도 활발하다. 의미 있는 유적지를 찾는 문화 탐방도 마련했다. 지난해 9월 회원 30여 명과 안동 도산서원 및 선비문화수련원을 방문했다. 매년 회원과 시민들을 초청해 음악회인 ‘노산가곡의 밤’을 열기도 한다.

합포문화동인회가 강조하는 원칙은 ‘운영의 독립성’과 ‘정치성 배제’다. 정치색을 담지 않기 위해 현역 정치인은 회원으로 받지 않고 강사 초청에도 최대한 배제한다. 강 이사장은 “단 경남지사, 경남교육감, 창원시장은 정당에 관계없이 임기 중 한 번 초청한다”며 “지역 주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연자에게 최대한 진정성을 전달하는 문화를 조성한 것도 또 다른 인기 비결이다. 강 이사장은 “많지 않은 강사료를 지급할 수밖에 없지만 먼 지방까지 오는 강사님들을 위해 직접 마산역 플랫폼까지 마중과 배웅을 나갈 정도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