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타머를 활용해 단백질 기반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를 발굴하는 기술은 잠재력이 큽니다. 하버드의대와 MD앤더슨 암센터에서 홈페이지를 보고 찾아올 정도죠.”
김성천 바이오이즈 대표(사진)는 “총 1149개의 바이오마커를 찾아 폐암, 간암, 위암을 등 암 8종을 진단할 수 있는 ‘압타싸인’을 이르면 연말께 유럽에 출시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대 생물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KAIST, 국립보건원 등에서 연구원으로 일한 김 대표는 2000년 제노프라를 설립했다. 그러나 기술을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2008년 회사를 청산했다. 2013년 설립된 바이오이즈는 그가 세운 두 번째 회사다.
암 8종 관련 바이오마커 1149개 발굴
유전자(DNA)는 핵산의 일종이다. 핵산은 세포가 분열할 때 함께 분리되는 핵 안의 물질을 가리킨다. 유전자 검사로 암을 진단하는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듯 핵산 기반 바이오마커도 발전해왔다. 김 대표는 “단백질 기반 바이오마커 발굴은 여전히 뒤처진 분야”라고 했다. 그는 “DNA는 총 2만~3만 개이지만 단백질은 1000만 개가 넘고 체내에 존재하는 양도 편차가 매우 크다”며 “단백질의 다양성이 가장 큰 장벽”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오이즈는 단백질과 붙는 압타머를 활용해 바이오마커를 찾는다. 압타머는 항체가 항원에 달라붙는 것처럼 특정 단백질과 결합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를 이용해 질병 관련 단백질을 추출해 진단하거나 단백질을 정확히 타격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압타머는 항체에 비해 열과 화학물질에 안정적이며 화학적 공법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동물세포를 이용하는 항체보다 생산성이 높은 장점이 있다. 특정 단백질에 결합하는 압타머를 하나씩 개발한 뒤 중합효소연쇄반응(PCR)을 적용해 단백질과 붙은 압타머의 수를 최대 10억 배 늘린다. 이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에 입력하면 병을 진단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암 환자 1500명, 암이 아닌 유사 질환 환자 1500명의 시료를 확보한 뒤 각 시료를 구분할 수 있는 압타머를 찾아내는 작업을 거쳤다”며 “암종마다 100개의 바이오마커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게 암 8종과 관련된 1149개의 바이오마커다. 바이오이즈는 각 단백질에 결합하는 압타머를 일일이 제작했다. 그는 “15년간 상당한 노하우가 쌓였고 이를 바탕으로 바이오마커 발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통해 해외시장 진출
이 기술의 가능성을 보고 하버드의대, MD앤더슨 암센터 등 저명한 연구기관에서 연락이 왔다. 김 대표는 “하버드의대는 소말로직과의 계약이 내년 8월에 만료되면 우리에게 시료분석을 맡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MD앤더슨 암센터와 유방암, 피부암 등에 대한 공동 연구를 추진 중이다. 미국의 모피트 암센터에서도 사망률이 높은 전립선암 환자를 찾는 사업을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세계적인 생명과학 기업 유로핀스와 2017년 유럽에서 허가받은 압타싸인 유통 계약을 추진 중이다. 룩셈부르크에 본사가 있는 유로핀스는 40여 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매출은 4조원에 달한다. 그는 “연내 또는 늦어도 내년 초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며 “유로핀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 압타머
DNA, RNA 형태로 특정 단백질과 결합해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고분자물질. 항체와 유사한 기능을 하지만 생물학적 기능성이 더 뛰어나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