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外産 공세·中수출 막혀…K게임 성장률 20%→3%대 '뚝'

입력 2019-10-27 17:29
수정 2019-10-28 01:04
“최대 위기인데 돌파구도 없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최근 한국 게임산업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한국 게임산업이 위기에 내몰렸다. 20% 이상을 기록했던 성장률이 불과 2년 만에 3%대로 급락했다. 중국 수출이 가로막혀 경쟁력이 떨어진 틈을 타 외산 게임이 국내 시장마저 점령하기 시작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과 게임 이용 과몰입의 질병화 등 규제까지 겹치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파산하는 게임사가 늘고 있다.


20%대에서 3%대로…급락한 성장률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국내 게임 시장 규모가 14조5349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7년 20.6%였던 성장률이 2년 만에 3%대로 떨어진 것이다. 내년 성장률은 2.4%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2012년 게임 셧다운제(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규제) 도입으로 쪼그라들었던 한국 게임산업은 2017년 ‘리니지M’ ‘배틀그라운드’ ‘리니지2 레볼루션’ ‘검은사막’ 등 인기 게임이 나오면서 되살아나는 듯했다. 하지만 2년 만에 다시 위기를 맞았다.

한국 게임시장을 이끌었던 대형 게임사의 실적이 모두 악화됐다. 넥슨의 2분기 영업이익은 1377억원으로 1년 전(1582억원)보다 12.9% 줄었다. 같은 기간 넷마블 실적은 반토막 났다. 622억원에서 332억원으로 감소했다. 엔씨소프트의 2분기 영업이익도 급감했다. 전년 대비 18.9% 줄어든 1294억원을 기록했다.

‘삼중고’ 시달리는 게임업체

신작 게임 출시 지연과 해외 게임 공세가 최근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신작 게임 출시가 지연되자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출시된 넷마블의 게임 ‘더 킹오브 파이터즈 올스타’ ‘BTS 월드’ 등은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출시가 늦어졌다. 게임 출시가 늦어진 것은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때문이라는 게 게임업계의 주장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게임 개발 속도가 떨어져 실적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지난해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에 앞서 작년 3월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 현장점검에서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에 따른 게임업계의 고충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중국업체는 반년마다 새로운 게임 개발에 나서는데 한국 업체는 1년간 새 게임 프로젝트가 하나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생산성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국 게임의 한국 시장 공략도 거세지고 있다. 27일 매출 기준으로 국내 안드로이드 모바일 게임 상위 20개 가운데 9개가 외국산 게임이다. 이 중 8개가 중국산이다. PC방 게임도 상위 10개 가운데 4개가 외국산 게임이다. 미국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리그오브레전드’는 10년 동안 PC방 게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 수준이 한국 중소 게임업체가 내놓은 웬만한 게임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게임 질병화’도 악영향 전망

한국 게임의 수출 여건은 나빠졌다.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에서 한국 신규 게임을 출시할 수 없다. 한국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이유로 중국 정부가 자국시장 내 유통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게임업체들은 2017년 3월 이후로 2년 넘게 중국에서 신작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게임 이용 과몰입의 질병화 등으로 게임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것도 게임산업의 성장세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5월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 개정안에서 게임 이용 과몰입을 질병으로 지정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WHO의 조치로 한국 게임산업의 손실 금액이 2025년 최대 5조200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