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 게임업체의 절반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등 외국산 게임의 공세와 주 52시간 근로제 등 규제 탓에 게임산업의 성장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게임강국’으로 불리던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27일 국내 상장 게임업체 35곳을 분석한 결과, 지난 2분기 기준으로 15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6년 전인 2013년 2분기(5곳)에 비해 세 배로 증가했다. 이른바 ‘3N’으로 불리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상위 세 개 업체는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10% 이상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상장 게임업체(지난 5월 상장한 SNK 제외)의 영업이익도 3942억원에서 3595억원으로 10% 가까이 급감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그래픽 게임을 개발하고, 아이템 판매 등 수익 모델을 만들어 ‘게임강국’으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파산하는 게임업체가 늘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는 인기 게임이 빨리 바뀌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속도전에서 밀리고 있다. 이들이 제때 신작 게임을 내놓지 못하는 틈을 타 중국 게임이 빠른 속도로 시장을 파고들었다.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에 게임을 수출하지 못하게 된 것도 경쟁력 약화의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을 이유로 2017년 3월부터 중국 내 한국 신규 게임 유통을 막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주 52시간 근로제 등으로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중견 게임업체의 파산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 게임업체들은 다른 분야에서 살길을 찾기 시작했다. 국내 2위 게임사 넷마블은 생활가전 렌털업체 웅진코웨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1위 넥슨의 창업주인 김정주 NXC(넥슨지주회사) 대표는 회사를 매물로 내놓기도 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