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무작정 깃대 보고 치냐고요? 돌아가신 아버지 가르침이에요!"

입력 2019-10-25 18:09
수정 2019-10-26 00:11
“마음속 가장 특별한 곳인 부산에서 나와 아버지를 각인한(imprinted) 것 같아 뿌듯하네요.”

부산 사투리로 인터뷰를 이어가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선수 재미동포 대니엘 강(27·사진)은 이 소감만큼은 제대로 답하고 싶다며 영어로 말했다. LPGA투어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을 앞두고 부산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은 소감이었다. 25일 부산 기장군 LPGA인터내셔널부산에서 만난 대니엘 강은 “부산에 아버지를 아는 사람이 많다”며 “그분들이 (부산 명예시민이 된) 내 소식을 듣고 아버지를 더 오래 기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니엘 강은 아직도 2013년 작고한 아버지를 마음속에 새기고 산다. 오른손에 있는 ‘아빠’ 문신(사진)은 아직도 선명하다.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고 성격도 비슷하다. 아버지의 고향이자 어린 시절 추억이 살아 있는 부산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어묵 국물에 적신 가래떡이다.

홀을 보고 쳐야 홀인원을 더 잡을 수 있다는 아버지 말을 여전히 따른다. 박성현(26)의 ‘닥공’ 골프만큼이나 공격적이다. 그는 지금까지 12개의 홀인원을 기록했다.

“아빠가 핀을 보고 쏘면(치면) 홀인원 가능성이 높다고 항상 말씀하셨어요. 이번주 연습라운드 때도 2인치 옆에다 붙였죠. 물론 공격적인 스타일이 좋지 않을 때도 있죠. 이번 상하이 대회에서도 너무 공격적으로 치다가 우승 못 할 뻔했던 거 보셨죠? 캐디가 엄청 말렸어요. 하하. 그래도 저는 공격적인 골프가 좋아요.”

아버지의 빈자리는 어머니와 오빠 알렉스 강이 채워주고 있다. 어머니는 대니엘 강을 따라 자주 대회장을 찾는다. 오빠는 떨어져 있어도 틈틈이 전화 통화로 안부를 전한다. “엄마랑 데이트를 자주 해요. ‘엄마와 나만의 데이트’라고 서로 부르는데 지난주 상하이 대회에서도 전망 좋은 식당에 가서 맛있는 걸 실컷 먹었어요. 오빠는 잔소리꾼이에요. 전화해서 피곤하다고 하면 ‘커피 두 잔 마시고 빨리 연습해라’고 저를 ‘푸시’해요. 근데 저는 대회에서 커피를 잘 안 마시거든요.”

부산=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