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가 우리보다 선진국?…'성추행 신고' 보복 살해, 전원 사형 판결에 '환호'

입력 2019-10-25 17:32
수정 2020-01-22 00:02



성추행 신고에 불만을 품고 여고생 살해를 사주했던 교장과 이 일에 가담했던 16명 모두가 사형 선고를 받았다.

24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방글라데시를 발칵 뒤집었던 여고생 화형 사건에 가담했던 16명 전원에게 사형이 선고됐다고 보도했다. 방글라데시 사회에서는 성범죄 관련 재판의 경우 결과가 나오는데 수년이 걸리기 일쑤지만 "예외적으로 신속하게 진행됐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사건의 피해자인 19세 여학생 누스랏 자한 라피는 성추행 신고 보복으로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성추행 가해자이자 살해를 사주했던 교장을 비롯 해당 사건에 연루됐던 교사, 지역 정치인들에게도 전원 사형이 선고되면서 국내 네티즌들은 "초범이라 봐주고, 반성해서 봐주는 한국보다 낫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누르랏 자한 라피는 방글라데시 작은 도시 페니에서 이슬람 학교를 다녔다. 지난 3월 교장실로 불려가 교장인 시라지 우드 둘라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이를 가족들에게 알린 후 교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누스랏의 행동은 성범죄를 수치스럽게 여기는 방글라데시 사회 분위기에서 용기있는 행동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교장은 경찰에 체포됐지만, 이후 보복 범죄가 시작됐다. 고소를 취하하라는 학교 동급생들과 지역사회 주민들의 협박이 이어졌고, 성범죄 피해자 보호 의무가 있음에도 지역 경찰은 공개된 장소에서 누스랏의 진술을 받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 뿐만 아니라 한 경찰은 휴대전화로 누스랏을 촬영해 현지 언론에 유출해 논란이 됐다.

교장은 누스랏 살해까지 사주했다. 친구가 집단 구타를 당하고 있다는 거짓말에 학교 옥상에 올라간 누스랏은 교장의 사주를 받은 4~5명의 일당에게 고소 취하 협박을 받았다. 누스랏이 이를 거부하자 몸에 기름이 끼얹고, 불을 붙였다.

누스랏은 가까스로 현장을 탈출했지만 이미 몸의 80%에 화상을 입었다.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에도 '교장이 내 몸을 만졌다. 내 마지막 순간까지 이 범죄에 맞설 것이다'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영상 메시지를 친오빠에게 보내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나흘 뒤에 병원에서 숨졌다.

그럼에도 교장 일당은 누스랏이 분신자살했다고 위장하려했다. 지역 경찰들도 보조를 맞춰 살해 현장을 훼손했다. 몇몇 경찰들은 "누스랏이 자살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뿐만 아니라 교장을 비호하기 위해 여당 소속 지역 정치인이 2명이나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까지 나서 "그 어떤 범인도 법적 조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공정한 수사와 판결을 요청했다.

전원 사형 판결 소식에 누스랏의 어머니는 "딸을 한 순간도 잊을 수 없다"며 "아직도 딸이 겪은 고통을 느끼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가해자들의 변호인들은 항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가해자들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받은 것에 안도하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전원 사형까지 안나왔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많이 벌어지는데, 너그럽게 봐주는 법조계가 각성해야 한다", "정치인과 경찰, 지역 유지의 유착은 치가 떨린다", "사연은 안타깝지만 시원한 판결이라 다행이다" 등의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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