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 또 사상최대 실적…'中心 잡은' 차석용, 이번엔 미국 홀린다

입력 2019-10-24 18:02
수정 2019-10-25 01:05
‘사상 최대’라는 말이 식상할 정도다. LG생활건강은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분기 최대’였다. 24일 발표한 3분기 실적도 마찬가지였다. 매출은 1조9649억원으로 2조원에 육박했고, 영업이익은 3118억원에 달했다. 3분기 기준으로 모두 사상 최대다. 작년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3.1%, 영업이익은 12.4% 늘었다.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리는 차석용 LG생건 부회장이 구축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치밀하게 짜놓은 해외 전략이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사업구조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차 부회장은 요즘 중국에 이은 또 다른 성장판이 될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화장품 해외 매출 급증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에 가장 크게 기여한 부문은 주력인 화장품이었다. 화장품 매출은 1조1608억원, 영업이익은 2119억원이다. 작년보다 각각 21.6%, 15.1% 늘었다. 2006년 럭셔리 화장품 ‘후’로 중국을 공략하며 시장을 선점한 효과를 장기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시장에서 승기를 잡은 LG생건은 지난 8월 중국 상하이에서 ‘2019 후 궁중연향’ 행사를 역대 최대 규모로 열었다.

후를 이을 차세대 주자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숨’의 최고급 라인 ‘숨마’와 ‘오휘’의 고급 제품군 ‘더 퍼스트’를 앞세워 ‘넥스트 후’ 전략을 펼친 것도 탄탄한 실적으로 이어졌다. 숨마 라인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작년보다 83%나 급증했다. 오휘 더 퍼스트 라인도 74% 늘었다.

화장품과 함께 LG생건의 3대 사업부문을 구성하는 생활용품과 음료사업도 꾸준히 성장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뒷받침했다. 불황에도 3분기 생활용품 매출은 작년보다 3.0% 증가한 4011억원, 영업이익은 5.7% 늘어난 451억원을 기록했다. 생활용품도 고급화를 추진한 것이 주효했다. 음료사업도 매출 4029억원, 영업이익 549억원을 내며 성장을 이어갔다. 코카콜라, 스프라이트, 조지아 등 주요 브랜드가 고르게 성장했다. 전영현 SK증권 연구원은 “중국을 포함한 해외법인 매출이 35% 늘면서 매출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며 LG생건의 올해 연매출을 작년보다 10.0% 늘어난 7조4216억원으로 예상했다.

중국 이어 미주 사업 본격화

LG생건 경영진은 요즘 미국 시장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중국에 이어 미국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 잡으면 제품에 이어 지역 포트폴리오까지 완벽하게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도 LG생건 성장의 강력한 무기인 M&A가 동원됐다. 8월 인수를 끝낸 뉴에이본이다.

LG생건은 뉴에이본 인수에 1450억원을 투자했다. 차 부회장은 “더 큰 도약을 위해선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언제 급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뉴에이본은 130년 된 세계 최대 화장품 및 퍼스널케어 판매회사다. 미주 지역에서 탄탄한 판매망과 구매, 물류, 영업 등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푸에르토리코에서 매년 7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LG생건은 뉴에이본을 통해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올해 현지 시장에 맞는 제품을 내놓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다.

뉴에이본은 3분기부터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신영증권은 3분기 해외 매출에 뉴에이본 매출 417억원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4분기에는 1250억원가량의 매출이 추가될 것으로 내다봤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